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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mood Oct 07. 2021

이력서에 한 줄을 위해 사는 삶 말고,

나의 재미를 위해 사는 삶, 재밌는걸 하자 




한국에서는 내가 하고 싶고 경험하고 싶어도 남의 눈치 때문에 못했던 일들을 덴마크에 와서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되면서 나는 내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최근까지, 일하지 않고 비는 아침시간에 돈도 안 받고 내가 좋아하는 다른 일을 했었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고 또 다른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엔 오피스 직으로 시계회사의 마케팅 자리에 합격이 되었는데

이 포지션을 위해서는 내가 기존에 하고 있던 재미있는 일을 포기해야만 할 수 있었다

시계회사에서 최대한으로 나를 배려해주고 업무시간도 조율해줬는데도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오피스직이라는 것은 좋았는데 하필 마케팅 중에서 내가 가장 하기 싫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파트였다.

이전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일을 해봤으나 나에겐 너무나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었다.


고민이 됐다.

한국의 지인들에게 소식을 알리며 생각을 물어봤다.


"오피스 직이라니, 무조건 해야지!"

"맥주집, 양조장에서 일하는 거보다 좋을 거 같아! 멋있다 시계회사 마케팅!"


등등 타이틀만 보고 좋다고, 멋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력서에 덴마크 회사 오피스직 하나 경력 넣는 게 좋고 멋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그럼 스케줄이 무리하더라도 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다음 날 다른 친구와 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하게 됐다.

"안나, 네가 한국에 있는 것도 아닌데 경력 이런 거 신경 쓰지 말고 네가 지금 재밌는 걸 했으면 좋겠어"

이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날 뻔했다.

직업의 타이틀이 아닌 나의 행복,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보니

역시나 따분한 일의 오피스 직보단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덴마크 양조장/맥주집 일이 훨씬 재밌었다. 몸은 힘들고 타이틀은 맥주집이라고 단순히 표현하는 곳이지만 나에겐 이 일이 훨씬 재밌고 내가 진정 유럽의 한 부분에 함께 살고 있는 느낌을 많이 주는 곳이었다.


이력서에 한 줄을 위해 재미를 포기하는 그런 삶은 살고 싶지 않다.

난 내가 그래도 유럽 와서 살며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만 한국사회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금방 동화되어 짐을 느꼈다.


참, 약한 것 같다. 나 스스로도 남들 앞에 있어 보이고 싶은 게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고.

한국에 가고 싶지만 또 한편으론 무섭다.

결국 시계회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난 다시 평범하지만 재밌는 삶을 살고 있다.

홀가분해!






내가 지금 아주 재밌게 일하고 있는 BRUS/To Øl , 덴마크 관광지 순위에도 뽑힌 아주 힙한 곳으로

코펜하겐에 있는 brus에서만 30가지 이상의 맥주를 직접 만들고 있으며 다양한 이벤트와 셰프들의 맛있는 음식들로 매일 새로운 곳이다. 투올 맥주는 이미 한국에 수입되고 있어서 한국에서도 캔으로 맛볼 수 있다.

다시 여행이 자유로워져 코펜하겐에 온다면 꼭! 방문해야할 곳! 

같이 일하는 셰프들부터 스텝들 모두 너무 쿨하고 힙하고! 멋있는 친구들과 함께 해서 몸은 힘들지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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