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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망트망 Nov 21. 2020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제작하지 않습니다




현실과 이상이 모두 흔들리면



정말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이 너처럼 아무것도 없이 사업 시작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0에서 시작한 일이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슬슬 자리가 잡힐 것 같던 순간, 문제는 현실과 이상 두 곳에서 다 터졌다. 먼저 법이 바뀌면서 현실적으로 비누 판매가 어려워졌다. 비누 판매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방으로 이전해야 했는데 그럴만한 자금이 없었다.



제품을 통해 가치를 전하겠다는 나의 이상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판매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내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 또는 압박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그러려면 타협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타협하기 시작하면 제품을 통해 가치를 전하겠다는 나의 이상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상은 지킬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을 거다.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니까. 반대로 현실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이상만 흔들렸다면 괴로워하면서도 완전히 놓지는 못했을 거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현실과 이상이 모두 흔들리니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기존 팜프리 비건 비누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제작하지 않습니다.

(- 2019)



단종 공지를 올렸다. 트망트망의 시작을 함께했고, 트망트망이라는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제품들이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꽤 오래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었기 때문에 무덤덤할 줄 알았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단종을 발표한 순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에 휩싸였다. 



많은 분들이 아쉽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 댓글들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한 일이 의미가 없진 않았구나'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러면서도 이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끝내야 한다는 현실에 기분은 또 이상해졌다.


 




처음으로 돌아갈 시간



사람들이 동물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아가 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행동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트망트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맨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클래스였다.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소통했을 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가장 잘 전달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판매에 집중했던 시기에도 원데이 클래스는 하고 있었다. 공방을 오픈하게 된 계기도 팜프리 비건 비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기 때문이다.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한두 시간 동안 클래스에 온 수강생들과 소통하는 게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특히 팜유를 왜 사용하지 않는지, 왜 비건 비누를 만드는지에 대해 설명할 때 진심 어린 눈빛으로 공감하는 분들을 만날 때면 벅찬 감동에 휩싸이곤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아졌다. 더 많은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누고 싶었다. 결론을 클래스로 내린 순간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잘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트망트망 4주 클래스
: 비건 비누로 실천하는 공존, 일상생활 바꾸기



단순히 비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비누를 통해 공존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다방면으로 공부하고 연구해서 4주 클래스를 오픈했다.



4주 클래스를 새로 시작하며 희망차게 시작한 2020년, 두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코로나 19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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