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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망트망 Dec 04. 2020

현실이 나를 울려도




새로운 출발



이제야 겨우 정착할 비누를 찾았는데 단종하면 어떻게 하냐는 댓글을 볼 때면 너무 죄송스러웠다. 이만큼이나 알렸는데 그만두는 건 너무 아깝다는 친구의 말에는 나도 흔들렸다.



기존 제품을 단종하고 클래스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은 나에게도 큰 결심이었다. 수강생은 얼마나 모집할 수 있을지,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은 없을지,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출발은 산뜻했다. 단종 소식에 안타까워하던 분들은 원데이 클래스에 와서 비누를 직접 만들어 갔다. 처음으로 선보인 4주 클래스는 문의도 꽤 많았고, 무엇보다 수강한 분들의 반응이 좋았다. 클래스 내용이 너무 좋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면 없던 힘도 솟아났다.



덕분에 희망차게 2020년을 시작했다. 내 진심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 너무 기뻤고, 이대로만 가면 경제적으로도 기반이 잡히기 시작할 것 같다는 안도감도 생겼다.






코로나 롤러코스터



어느 날부터 가볍게 넘겼던 뉴스들이 점점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일이 없어졌다. 코로나가 확산되자 클래스에 대한 문의도 수강생도 뚝 끊겼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막상 진짜 위기를 맞닥뜨리니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우울해하고 고민만 하다가 몇 주을 날렸다.



일과 돈은 없어지고 시간과 우울만 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고, 클래스 커리큘럼을 업그레이드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날이 더워지자 코로나 확산도 줄어드는 추세로 접어들었고 수강 문의도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8월 말, 코로나는 다시 확산되기 시작했다.



가치를 전하고 싶어서, 직접 소통하고 싶어서 클래스에 집중하기로 했던 거였다. 그런데 소통할 사람이 없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쓰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하면 일이 뚝 끊겼다. 앞으로에 대해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가능할지 확신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놓을 수 없는 이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과 고민에 지쳐가던 어느 날, 한 수강생이 말했다.



제가 올해 들어 제일 잘한 일이 이 클래스를 수강한 거예요.
그때 이후로 동물원도 가지 않으려고 하고 채식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올 한 해 차곡차곡 쌓였던 우울과 피로가 씻겨 나가는 순간이었다. 동물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 그리고 그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 것, 그게 바로 클래스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비누에 그런 의미를 담아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그런 걸 알아줄 사람이 있을 것 같냐고, 현실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믿는다. 진심으로 다가가면 진심으로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그리고 이런 마음이 모이면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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