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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망트망 Jan 03. 2023

요가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났다

스스로도 놀란 새해 목표




요가 시작, 그 후 1년



결심에 다짐을 보태고 비장하기까지 한 각오를 더해 시작했던 요가, 그 후로 1년이 지났다. 첫 한 두 달은 수련만 끝났다 하면 찾아오는 근육통 때문에 일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는데, 이제는 근육통에 시달리기보다 개운하다고 느끼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렇다고 드라마틱하게 요가 '실력'이 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대신 초창기에는 곁눈질하며 동작을 따라 하기 바빴다면 이제는 익숙한 동작이 늘었다. 예전에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삐걱대는 게 느껴졌다면 이제는 내 몸의 어떤 부분이 유연하고 어떤 부분은 뻣뻣한지, 그래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작과 어떻게 해도 어려운 동작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순간 근육통은 희미해질 것이고 그곳엔 새로운 근육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1년 전의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몸도 확실히 달라졌다. 허리를 세우고 앉아있기가 힘들어 자세 교정 의자를 사용해도 금세 구부정해지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근육을 사용해 척추를 세우는 것이 조금 익숙해져 교정 의자가 없는 곳에서도 수시로 자세를 고쳐 앉곤 한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새로운 것을 일상에 녹여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의욕이 앞서던 초기에는 몸이 따라주지 않아 일주일에 한 번 가기도 힘들었고, 초기의 의욕이 사그라든 뒤에는 지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야 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지금은 어느 정도 내 일상 속에 요가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불의 유혹이 가장 강력한 요즘 같은 날에도 난 알고 있다. 이 추위를 뚫고 다녀오면 돌아오는 길에 역시 나오길 잘했다며 스스로 뿌듯해할 거라는 걸.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들만 해치우며 지내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것'도 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로 요가. 각오까지 필요했던 이유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해야 하는 것들을 제치고 나의 욕구를 우선시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1년 간 지속해 본 결과,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나누는 게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하고 싶다'는 욕구 해소용 정도로만 생각했던 요가, 1년 간 지속해보니 몸이 건강해지는 게 느껴진다. 덕분에 해야 할 일들을 더 잘해나갈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비울 수 있는 쉼표 같은 시간 덕분에 불확실한 미래로 불안 덩어리였던 마음도 조금씩 비워낼 수 있었다.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 간 벼르고 있던 해외여행을 작년 연말에 질러버렸다. 요가의 경험이 없었다면 주저하다 또 미뤘을지도 모른다. 가고 싶다는 욕구보다 해야 하는 일들에 시선을 뺏겼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는 하고 싶다는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가고 싶어서 다녀온 해외여행, 그 경험이 나에게 새로운 길로 안내했다.






뜻밖의 재회 욕구



고등학교 졸업 후 영어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깔끔하게 헤어지고 싶은데 영어는 번번이 내 발목을 잡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달아났다. 대학 졸업을 위해 외국어 점수가 필요하면 영어가 아닌 제2 외국어를 시작해서 점수를 만들고, 취업 때문에 영어가 필요하면 그때만 바짝 하고 고개를 돌렸다. 영어를 잘하면 내 '일'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데도 외면했다.



그런데 정말 생뚱맞게도 이번에 나간 해외에서 '알아듣고 싶다, 말하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대강 알아듣고 그 상황만 넘기면 되었는데 이번에는 그들의 말을 다 알아듣고 싶었다. 몇 단어, 몇 문장으로 추론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답답했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말들이 떠다니는데 그걸 유창하게 입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조금 싫어졌다.



덕분에 뜻밖의 새해 목표가 생겼다. 2023년에는 영어를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영어가 내 일상에 녹아들 때까지 "맹렬하진 않아도 사그라지지 않을 정도로" 의지를 불태워보려고 한다. 그리고 영어가 내 일상에 자리 잡는 순간 "나에게 없었던 혹은 잃어버렸던 어떤 것을 선물해 주는" 날을 기대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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