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라!
본능을 뛰어넘어 시계를 멈추고 현재 내가 무엇을, 왜 하는지 파악하고 이해한다면 삶은 풍부해진다.
속도의 배신 298
우리는 기다림의 연속에서 살고 있다. 씨앗에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동안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바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천천히 피는 시간과 싸우며 살아간다. 빨리 무엇가를 하지 않으면 뒤쳐질까 봐 기다리지 못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정보를 얻고 싶어서 "짤"을 본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동안 우리 뇌는 제 기능을 못 한다고 한다. 생각은 시간이라는 텀을 줘야 하는데 사람들은 짧은 정보를 물처럼 틀고 마신다.
우리에게는 시간이라는 영양소가 결핍된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시간이라는 영양소를 우리는 돈으로 바꾸고 있다. 이렇게 돈과 시간은 서로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하며 우리는 늘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가마솥에 맛있는 밥을 하기 위해서는 땔감을 자르고 아궁이의 불을 지퍼야 한다. 어느 정도 익을 때에는 불을 빼서 뜸이 잘 들게 해야 맛있는 밥과 누룽지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전기밥솥으로 하면 편리하다. 그렇게 전기밥솥처럼 현대에서는 정보를 편리하고 빠르게 받고 있다.
전기밥솥은 시간은 빠르지만 그 구수한 누룽지의 맛을 느낄 수는 없다. 가마솥에서 구수한 누룽지를 먹으려면 뜸을 잘 맞춰야 한다. 우리는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오늘도 뜸을 들이는 타이밍을 연습하고 있는지 모른다.
논에 벼와 과수원의 열매가 익으면 농부가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수확을 해야 한다. 그 타이밍을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피지 않는 꽃이라고 열매 맺지 않는다고 애탈 것이 아니라 긴 숨을 내리시고 기다리는 미학이 필요하다. 꽃이 꽃망울이 맺힌 것이 보이더니 어느새 꽃은 피고 있었다.
우리는 상상도 못 할 만큼 더 빨리 돌아가는 세상을 헤쳐 나갈 수밖에 없는 100년 후에 태어날 아이들에게 만약 딱 한 단어로 의사결정에 대해 지혜로운 조언을 해야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 . . .
기다려라.
속도의 배신 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