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최선일까
1년 전 아들은 여름방학에 친구집에 갔다 온다고 했었다. 아들은 인스타에서 서울에서 제주로 오는 여정을 올리던 사진 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배에 싣는 사진이 있었다. 아들이 집에 왔을 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아들은 서울 친구에게서 스쿠터를 사서 배에 싣고 왔다고 했다. 스쿠터를 타고 국도로 제주까지 온 것이었다. 바다는 배로 왔지만 서울에서 제주까지 스쿠터로 국토장정을 한 것이다.
아들이 제주에 와서 스쿠터를 손보고 헬멧을 샀는데 남편은 그 헬멧을 보고 아들이 뽀로로가 되었다고 했다.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걷기보다는 뛰어다니길 좋아하고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뽀로로 같은 아이였다.
가만히 생각하니 뽀로로는 유명하지만 뽀로로 엄마를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런데 내가 뽀로로 엄마가 되었다. 남편은 별명을 짓는 귀제처럼 늘 재미있는 별명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학교에서 별명 대기까지 한다는 남편말에 웃으면서 들어준다. 그렇게 나는 뽀로로 아들을 두었다.
금요일 저녁에 뽀로로 아들은 시험도 끝났으니 친구들과 캠핑을 갔는지 새벽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노는 게 제일 좋아하는 뽀로로라서 그런가? 문자로 "늦으면 늦는다 연락하지 않냐! 빨리 들어와!"하고 문자 했다.
그랬더니 제출할 과제로 학교에서 있다고 했다. 비도 와서 아침에 들어오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노는 게 제일 좋아하는 뽀로로였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밤, 낮을 바꾸며 공부한다. 하지만 나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밤, 낮을 바꾸며 공부하면 안 된다고 매일 노래한다. 나중에 취업 못하거나 자기 일을 잘 못하면 혼낼 거면서 건강타령이냐고 아들은 말할 거다. 하지만 기본에 좀 더 하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뽀로로는 비행기를 타지만 내 아들은 스쿠터를 탄다. 그래서 스쿠터 타는 뽀로로 때문에 밤, 낮을 바꾸며 공부하는 아들 때문에 걱정이다. 부모는 아이가 늙어도 차조심하라고 잔소리한다. 나는 스쿠터 타는 뽀로로 엄마가 되어보니 더 걱정이 된다. 시어머니는 없는 형편에 남편이 학교를 다녀야 하니 작은 프라이드를 사줬는데 우리는 중고차 하나 사주지 않는 부모가 되었다. 아들과 나는 좋은 차를 못 사주니 안 타는 걸로 하고 스쿠터를 탄다. 차도 조심해야 하는데 스쿠터는 오죽할까! 그런데도 차를 안 사주는 우리도 대단하다.
밤에 남편이 늦게 잠을 자면서 뽀로로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남편의 말에 아들을 걱정하다 일찍 일어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하며 걱정하는 글이라도 쓴다. 글을 쓰며 생각해 보는 것이 뽀로로 엄마에게는 최선이다.
아침에 남편이 일어나 "병아리가 왔냐!"라고 물었다. 별명을 잘 짓는 남편은 작은 아들을 "삐약이, 병아리"하면서 찾는다. 오늘 작은 아들은 "삐약이, 병아리"가 되었다. 나는 아들이 새벽에 들어와서 샤워만 하고 제출해야 할 과제가 있어서 다시 학교에 갔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아들이 "수석(과수석)이"가 될 거 아니냐고 했다. 아침에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간 작은 아들을 걱정하던 나는 남편 말에 빵 하고 터졌다.
아들이 삐약이, 병아리에서 스쿠터 타는 뽀로로가 되어서 나는 걱정만 된다. 그래도 남편이 "수석이"라고 말해서 웃을 수 있었다. 엄마라는 사람은 아이가 놀아도 공부해도 걱정한다. 아들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까?
새벽에 달그락 소리가 들려서 아들이 왔구나 생각했다. 그러다 아침 6시가 좀 넘으니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 나오니 방문을 열고 누워있던 아들이 "엄마, 오늘 차 써도 돼?"하고 물었다.
"왜?"
"어제 친구 차를 타고 와서."
"그래!"
우리 부부는 일요일 주말에는 어딜 갈까 생각했었지만 아들이 차가 필요한가 하고 나는 차 타고 가라고 했다. 주말 아침이라 간단히 토스트라도 먹으려고 빵집을 가면서 지하에 스쿠터가 있는지 내려가 보았다. 빵집으로 나가다가 뽀로로 스쿠터를 찾았지만 없었다.
빵을 사러 나오는데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어제 산 쪽에 있는 아들 학교에서는 비가 왔나 보다. 그래서 친구차를 타고 와서 차가 필요했나 보다. 아들이라 앞, 뒤 말하지 않고 딱 할 말만 하는 아들이었다. 그래서 "왜 안 오냐"라고 물어야 말하니, 어떻게 아이에게 했길래 이럴까 나를 반성하게 한다. 아이들마다 다르고고 둘째라서 더 자기 주도적이라 그렇다고 나를 위로한다. 오늘도 새벽에 와서 샤워만 하고 아침도 먹지 않고 학교에 갔다.
"아들아! 수석이 안 하고 뽀로로해도 괜찮으니 제때 자고 밥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