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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결혼해 보니

나를 사랑했던 시간!

by 글지으니


초등학교 친구 아들이 결혼을 했다. 피로연에서 점심을 먹고 진한 커피 한잔을 놓고 1년 만에 만난 친구들은 할 말이 많았다. 같으면서도 다 다른 조약돌 같은 친구들은 서로 지지 않으며 조약돌을 던지듯 즐겁게 떠들었다. 아팠던 친구들도 있었기에 60이 다 되어가는 친구들의 건강을 서로 걱정했다. 한잠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구 남편은 항상 모임에 가면 "잘 도착했냐, 언제 올 거냐"하며 전화하는 친구가 있다고 했다. 오늘은 어쩐 일로 전화가 없다고 했다. 내 남편이야기이다.


오늘 나는 시어머니가 고추장을 담그자고 했는데 피로연 때문에 남편에게 임무를 맡기고 왔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떠들었다 싶을 때 호출 전화가 왔다. 나는 남편 전화에 미안해서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친구들은 남편 전화에 방긋 웃는 나를 보며 아직도 신혼처럼 산다고 놀렸다. 친구들과 헤어지기가 아쉬웠는지 고추장을 담그러 가는 것이 싫은 건지 빨리 가고 싶지 않은 걸음을 옮겼다.


고추장은 만들고 집으로 돌아가며 "내일 예식장은 어떻게 할 거니?" 하며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는 결혼할 딸에게 "돈이 있으면 좋지만 딸을 가장 사랑해 주고 가정적인 사람과 결혼하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했다. 나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친구와 공통분모는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나와 친구는 결혼 30년을 이어준 공통분모가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은 친구처럼 진한 진국이다. 부모를 사랑하는 것만큼 자신의 가정에도 충실한 사람, 기본을 지키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가정적인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얼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힘들어도 참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옮기는 사람이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가족을 사랑하고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주려고 한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힘들 때도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살다 보면 내가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생각해야 한다. 상처를 받는다고 또 다른 사람에게 되갚아 준다면 그 상처에 기름을 붓는 것이다. 상처를 받았을 때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에서 한 걸음 물러나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하는 것만큼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가 결혼해 보니 이것이 결혼이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결코 싶지 않지만 힘든 사랑만큼 값진 열매를 결국에는 얻을 수 있다. 엄마가 결혼해 보니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듯 또 한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하게 되었다. 우리 아들도 이제 결혼할 때가 되니 엄마의 결혼 30년은 가족을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했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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