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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복권!

"이번 주도 복권을 저금한다!"

by 글지으니


화창한 날씨 덕분에 퇴근하고 돌아오며 노을이 무척 예쁠 것 같았다.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나는 일주일을 잘 보낸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오늘은 노을을 바라보면서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는 가성비 좋은 현지인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 노을을 보기로 했다. 그러나 집에서 귤 주스를 만들어 먹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나가니 노을이 벌써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해야 되는데 밥을 먹고 나면 노을을 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동네 맛집을 가다가 다시 노을이 물든 바닷가로 달렸다.


저녁도 먹지 않고 노을을 보기 위해 차를 마시러 카페에 가기에는 좀 아깝다고 남편이 말했다. 그래서 나는 두봉 정상에서 내려오다 보면 서쪽 바다가 잘 보이는 전망대가 좋겠다고 했다. 우리가 도두봉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는 구름이 노을을 가려 버렸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곳까지 왔으니 무지개 해안도로를 따라 걷고 오기로 했다. 그렇게 해안도로를 걷고 돌아올 때쯤 서쪽 하늘에서 붉게 노을이 물이 들어 있었다. 그 해가 구름을 뚫고 다시 지평선을 내려가기 전에 다시 한번 붉게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다시 도두봉을 올라갔다. 바다 전망대로 내려가면서 우리는 지는 노을을 보았다.




주중에도 저녁을 먹고 나면 너무 늦지 않으면 산책을 했다. 오늘도 한주를 마무리하며 나에게 말한다. '한 주 동안 애썼다!' 미래의 행복보다 오늘의 사소한 행복만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 커다란 행복은 올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나는 인생을 로또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다. 내가 만약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면 이 붉은 노을 잘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 있다면 바닷속으로 빠지는 붉은 노을을 못 볼 수 있다.



미래 지금보다 더 행복하길 바라지만 지금 사소한 일상에서 행복다. 도두봉을 오르는 사소한 일상이 운동이라고 하기에는 작지만 하루하루를 잘 살았던 나에게 주는 선물이 산책이 되었다. 우리 모두 하루를 애쓴 자신에게 선물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행복이란 저금통 하루하루 모여 미래에 행복을 찾아 쓰면 좋겠다.


시어머니께서 토요일 날 집에 오셔서 병원에 가는 바람에 우리 부부는 불금이라는 휴가를 갖고 있다. 금요일 날 저녁에 치킨을 먹기도 하고 밥을 먹고 산책을 가기도 했다. 오늘은 노을을 보고 밥을 먹으니 오랜만에 수목원 소나무 숲길도 걸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이에 있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가 있다. 누구에게나 볼 수 있는 노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눈으로 보고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노을은 내 거가 되었다. 꺾인 국화꽃도 소담하게 식탁에 꽂아 놓으니 일상이 향기롭다. 이렇게 작은 행복을 집에, 글에 담아 놓으니 복권 당첨 한 것처럼 즐겁다.


"이번 주도 복권을 저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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