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 행복하다
부추처럼 생명력이 강한 게 또 있을까?
부추를 화분에 심고 초록 이파리가 필요할 때 사용하려고 부추를 심었다. 하지만 부추에서 피어난 꽃도 이뻐서 부추꽃을 자르지 않았다. 이렇게 아이는 부추처럼 잘 자라고 또 자라고 있다. 부추의 역할에 충실한 부추도 있지만 게으른 농부는 부추꽃도 나두기도 한다. 엄마는 게으른 농부처럼 부추가 자라는 대로 나두기로 했다.
"야, 아이들은 그냥 지켜보면 돼! 너도 안 좋은 거 먹은 적 있잖아. 그냥 기다려!"하고 고향 친구가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엄마하고 아빠의 미묘한 차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말에 수긍했다. 그냥 아이가 하는 것을 믿어주고 기다릴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이렇게 아이는 부모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나도 별것도 아닌데 자유롭고 싶었던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예전에 나에게 이렇게 말했던 친구는 살면서 가장 행복한 것은 아이라고 했다. 예전에 친구의 말처럼 이제는 아이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친구는 지금까지도 그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물론 아이가 있어서 행복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크니 소소한 작은 행복들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집에서 키우는 꽃과 나무가 되기도 하고 책이나 글이 되기도 했다. 친구의 말에 아이가 어렸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이 되살아났다.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이제는 다 큰 아이들을 지켜보는 입장이 되었다. 독립한 큰 아들과 독립하고 싶어 하는 작은 아들 둘이 내 행복의 원천이다. 이제는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보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을 슬기롭게 보내는 것이 숙제가 되었다. 아이가 크면 멀리 떠나보내야 하는데 아직 멀리 떠나지 않은 아들은 하숙생이 되었다. 아들은 집에 들러 샤워하고 잠깐 눈 붙이고 나가기 바쁜 하숙생이다.
독립을 하고 싶지만 아직은 독립할 수 없으니 하숙생으로 지내고 있다. 하숙생 엄마가 되어보니 어릴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나도 지금이 좋다. 하루빨리 아들 둘이 날개를 활짝 피고 날아갔으면 좋겠다. 지금 날갯짓을 하고 있는 아들들이 안쓰럽지만 아들 둘은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보석이고 행복이다.
고향에 가면 한 걸음에 달려와서 커피 한잔을 사고 좋은 이야기를 나눠주는 친구가 있어서 좋다. 커피 같은 향기를 남겨준 친구가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