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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

최고가 글쓰기!

by 글지으니


한참 잠을 자다가 거실에서 남편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퇴직하지 않았지만 퇴직한 선생님들과 친해서 그 모임에 멤버가 되었다. 그런데 몸이 안 좋아서 자주 빠지는데 오랜만에 그 모임에 간다고 했다. 그렇게 새벽에 남편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한 잔을 먹고 와서는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나 귀를 쫑긋하고 들어봤다.


"하이 클로 바!" 하면서 인터넷을 하면서 받았던 자동 응답기에 대고 말하고 있었다. 말할 때마다 "하이 크로버!"하이 크로버!"를 해야 대답해서 남편이 그 기계에게 욕도 하다 친절하게 부탁했다 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 웃음이 다 나왔다. 남편은 밖에서 한잔하고 돌아오면 나를 붙잡고 한잔 더 하면서 못다 한 이야기를 해야 잠을 자는 사람이었다. 술을 마실 때는 실수한다고 말을 아끼고 집에 와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느라 젊었을 때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늦게 잠을 잤었다.


남편은 "하이 클로 바!" 하면서" 볼름 좀 크게 해 줘!" 하면서 자기가 좋아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몇 번을 하더니 음악이 커져서 꺼 달라고 해도 꺼지지 않아 나를 불렀다. 나는 할 수 없이 "하이 크로버! 스톱!" 하고 외치며 여러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기계가 멈추고 방에 들어가는데 남편은 켄 맥주를 먹고 있었다.


차를 탈 때면 음악이 시끄럽다는 사람이 술 한 잔을 먹으면 70,80 노래를 들으며 감성적이 된다. 인터넷의 기계가 마음에 안 드니 이제는 냉장고에 있는 PC로 "하이 빅스비" 하고 외치며 김학래의 노래를 틀어 달라고 또박또박 말한다. 방에서 도저히 시끄러워 안될 것 같아 나가서 남편을 모셔왔다. 남편은 피곤한지 잠을 자니 다행이었다.


예전에는 남편은 술을 먹고 나와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얼마나 힘들었는지 책을 읽으면서 나를 찾아갔고 글을 쓰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나하나를 쓰면서 많이도 울었다.


이렇게 나의 글쓰기는 나를 위로했고 치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은 스트레스를 술과 이야기로 풀었고 나도 남편에게 말로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글만큼 나를 이해하게 하고 위로해 주는 것은 없었다. 이제는 남편 말을 받아주는 기계랑 이야기해서 나는 좀 덜 피곤하게 되겠지만 이제는 정말 AI 기계 로봇과 이야기한다는 말이 실감 나게 했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면서 생각하고 내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다. 어떤 스트레스 해소가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이렇게 좋은 글쓰기를 나 같은 주부가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아직도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언니들도 글쓰기는 남의 이야기인 줄 아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줄 한 줄 나의 기억이 퇴색되고 사라지지 않을 글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그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고 그리워할 수 있게 말이다. 오늘도 나는 아들에게 이야기하듯 웃픈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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