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사납게 입성하다

by 움직이기

중앙아시아 실크로드도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 버렸다. 7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다다른 우즈베키스탄! 코 끝에 와 닿는 타슈켄트 공항의 냄새와 습도는 내가 한국 땅에서 너무도 멀리 떠나왔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광활한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생김새, 곳곳에서 들려오는 우즈벡어와 러시아어.

엄청난 양의 정보가 물밀듯 세차게 내게 들어오고 있었다. 동공은 확대되었고 눈빛은 날렵해졌다.

기분 좋은 두려움과 설렘으로 몸 속 세포들이 날뛰고 있었다. 드디어 우즈베키스탄에 입성한 것이다.


짐을 찾고 환전을 하고, 유심을 샀다. 어느새 오후 10시가 훌쩍 넘었다. 어느 누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세상 어두운 밤, 타슈켄트에는 차가운 겨울 장대비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었다.

공항 앞에는 매의 눈으로 호구를 기다리는 택시기사님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내 이분들의 명망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우즈벡 택시 어플인 얀덱스앱(Yandex)으로 택시를 따로 불렀다. 얀덱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여러 택시 기사님들이 내 옆에 찰싹 붙으시며 아주 혼을 쏙 빼놓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얀덱스 택시 기사님이 근처에 오신 것 같았다. 그러나 공항 앞, 이 많은 자동차들과 인파와 어둠과 빗속에서 택시를 어찌 찾는담. 장대비는 거셌고, 앱 속에 깜빡이는 위치표시는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한손으로는 무거운 짐을 끌고, 또 한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주변을 헤매며 필사적으로 택시를 찾으며 돌아다녔다. 통화를 시도했지만 의사소통도 불가했다. 와... 이거 첫날부터 나 어떡하냐. 겨울비에 온몸이 흠씬 젖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춥고 배고팠다. 아니 무슨 입성부터 일진이 이렇게 사납단 말인가. 우즈베키스탄까지 와서 노숙이나 하는 신세로 전락해야 한단 말인가.



첫 번째 택시기사님도, 두 번째 기사님도 다 놓쳤다. 대륙의 겨울비에 흠씬 후드려 맞아 망연자실한 나는 좀 처참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끝날 수는 없었다. 지나가던 경찰관 한 분을 덥석 붙잡았다. 친절한 경찰관님의 도움으로 택시에 간신히 올라탈 수 있었다.

도착한 숙소 앞, 문은 꽁꽁 잠겨있었다. 정말이지 타슈켄트 입성 일진 한번 사납다.

그래 오늘은 노숙이다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내려놓을 찰나, 풍채 좋은 러시아 아저씨 한분이 숙소에서 세상 느긋하게 걸어 나오시는 거였다.



침대에 몸을 길게 펴서 눕히는 이 순간의 감미로움. 그야말로 타슈켄트 입성 첫날의 사나운 일진을 마무리하는 매우 영광스런 순간이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은 최대각성을 찍은 직후라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왔다 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 낯선 장소, 나는 지금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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