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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_ 20대의 몸 그리고 40대가 된 나의 몸

착실하고 성실한 몸풀이의 반복

by 움직이기

20대 때에는 무용을 하는데 왜 꼭 웜업이란 것이 필요한건지 딱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연습실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팔다리를 몇번 휙휙 스트레칭 해주면 몸을 바로 쓸 수 있는 상태, 바로 작품까지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몸이 기본적으로 부드러웠고, 에너지로 가득했기 때문에 게다가 열정 또한 매우 과했기 때문에 몸이 거의 늘 활성화되어 있었다. 기본기 웜업은 내게 무용의 기본기를 열심히 습득하는 시간이었지 결코 "웜업" 의 개념은 아니었다.

30대 초중반의 선배들이 움직이기 전에 몸을 천천히 구석구석 체크하고 풀어주는 모습이랄지 몸을 풀면서 에고 에고를 연신 내뱉는 모습같은 것은 20대의 혈기왕성한 나에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거였다. 그렇게 나는 웜업이란 것에 항상 의구심을 안고 20대의 시절을 보냈다.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비로소 선배들이 했던 말들과 행동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연습실에 들어가면 얼마 안되어 바로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갈 몸 상태가 충분히 되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것이었다.

몸이 언제부터 이렇게 뻣뻣하고 딱딱하게 된 건지, 몸을 천천히 따뜻하게 예열시켜주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몸을 잘 쓰기가 어렵게 되었고,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쓰기가 힘겨워졌다.

그래서 30대부터는 몸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자동적으로 먼저 천천히 몸을 풀게 되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원하는 만큼 혹은 내 최상의 상태로 춤을 제대로 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용을 오랫동안 하면서 초반보다 근육 양이 훨씬 높아졌고, 표현을 위한 근육의 섬세성이 훨씬 깊게 계발되었기 때문에 크고 세세한 근육들의 경직이나 긴장 같은 것을 더욱 예민하게 느끼게 되었다.

근력이 상승하면서 동시에 유연성이 (물론 지엽적으로 더 섬세해지고 깊어지는 부분들이 분명 있지만)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느낌도 생겼다. 묵직하게 힘은 생겼으나, 전처럼 딱히 풀어주지 않아도 유연했던 상태는 절대로 지금 몇 번 스트레칭한다고 그냥 되지 않는다.

매순간 활화산같이 혈기왕성하게 뻗던 힘, 생명의 활기차고 폭발적인 기운은 자연스럽게 가라앉았다. 딱히 뭘 하지 않아도 원래 주로 괜찮은 상태를 유지했던 20대때와는 달리, 지금은 아주 성실하게 몸을 풀고 열어주고 데워주어야 그 상태에 도달한다.

40대가 된 지금, 신체적으로 예전처럼 즉각적인 유연성, 폭발적인 힘 발출 능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실하게 몸을 데워주고 단련하는 시간을 차분히 가지면 몸은 되솟아난다. 신체적 기능적으로 성장하는 부분이 지금도 놀랍도록 끝없이 발견되는데, 그것은 지속적으로 나에게 은밀하고 충만한 기쁨을 선사한다. 내 안에 귀한 용기와 의지, 소중한 희망이 다시 심어지고, 내 몸은 생동감과 활력으로 가득해진다.

20대때의 몸처럼 늘상 본격적으로 춤출 준비가 된 상태가 아니라서, 그 열린 상태로 들어가기 위해서 성실하게 성심껏 몸을 풀어주고 단련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절대로 그냥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지루하게 늘 반복해야 하고, 거기에는 늘 에너지와 고단함이 수반된다.

그러나 그 상태에 도달하기만 하면, 나는 늙은 것도 젊은 것도 아닌 어떤 오묘한 상태에 들어가서 춤을 추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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