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실패라고 해도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by 지혜



28살, 첫 회사를 그만두자 꿈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상실감에 침대 위에 웅크려 누워 있던 날이었다.


평소 잔소리도 없고 무뚝뚝했던 아빠가 방에 들어와, 말했다.



“너의 20대는 실패야.”



나의 20대를 부정하는 아빠의 말은, 마치 내 존재자체가 실패라는 것처럼 들렸다. 그날 밤, 처음으로 ‘내가 없어져도 괜찮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내가 했던 일이 실패라고 할 만큼,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20대의 나는 팔딱팔딱 뛰는 활어처럼 살아 있었다.





웨딩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일본 워킹홀리데이에 도전했고, 동북아 대지진의 여파 속에서도 귀국하지 않았다.



일본 웨딩홀의 피로연에서 신부가 하객들에게 감사인사를 마친 뒤, 마지막으로 플래너에게 건넨 한마디.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듣고 심장이 쿵! 했다. 놀람과 동시에 감동이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만 모인 자리에, 어떻게 플래너에게 감사인사를 할 수가 있지…?’


언젠가 나도 이 말을 듣기 위해, 연회장 바닥을 열심히 닦으며, 직접 보고 몸으로 경험하는 배움을 택했다.




그리고 그 다짐은 현실이 되었다. 국회의사당 잔디밭에서 열린 결혼식에 울려 퍼진 내 이름과 감사인사는 평생 잊을 수 없다.


그 순간, 내가 선택한 길에서 빛나는 나를 처음 보았다.




어디를 가든 웨딩 장소와 연출, 소품만 생각하던 나는, 회사를 나오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아빠가 내게 낙인찍은 ‘실패’라는 말은 큰 아픔으로 남았다.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난 오키나와의 한 작은 섬.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하늘에서 한 곳만 핀조명을 쏜 듯이 밝았다. 리조트의 파티장이었다. 4개 국어로 안내방송이 나오고, ‘강남스타일’ 노래가 흘러나왔다.


‘부럽다. 나도 저렇게 글로벌하게 일하고 싶다.’


부러움으로 포장된 내 안의 바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날이 싸늘하진 않았지만 시끌벅적한 곳과 대비되는 내 몸은 한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올려다본 하늘은 까만 어둠 속에서 수많은 별빛들이 반짝였다. 그리고는 별들이 내 안으로 들어온 듯, 따스해졌다.


그 순간, 나는 다시 살아있음을 느꼈다.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빠의 말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돌아가 꼭 말해주고 싶다.


그 누구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던,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실패해도 괜찮아. 너는 있는 그대로도 괜찮아.”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는 실패처럼 보여도,

내가 선택했던 모든 순간에서,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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