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소중한 책들을 놓칠 뻔했다
아, 시원하다!
알라딘에 책 한 권을 팔고 손에 쥐어진 건, 1200원.
팔 수 없는 책들은 알라딘에서 처리해 주기로 했다.
금액과는 별개로, 미뤄둔 일을 하기도 했고 여유가 생긴 책장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
또 다른 마음이 들었다.
더 버릴 책 없나?
오랜만에 책장 안의 책들을 돋보기로 보듯 살펴봤다.
한 권을 뽑아 펼쳤다.
윽, 밑줄 쳐서 안 되겠네.
그래도 더는 밑줄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페이지를 넘기는데 생각보다 많다.
파는 건 포기하고 다시 밑줄 그은 내용들을 봤다.
뭘 이렇게 쳐 놓은 거지?
내가 관심 있는 감각에 대한 내용이 글쓰기 책에도 있었다.
감각의 문을 열어라.
글을 쓰는 사람은 둔감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시 설레는 책을 발견한 기쁨도 잠시, 비울 책을 찾았다.
그럼 이 책을 비울까?
아, 이것도 밑줄이...
다음엔 밑줄 치지 말아야 할까 봐...
라고 생각하며 다음장을 넘기는 순간, 이번에는 밑줄의 양보다 그 위에 활자에 눈이 먼저 닿았다.
모든 생각은 지금의 나를 만든다.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이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고 다시 마음에 새겼다.
그렇게 한 권 더 열어 보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엥?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실망과 기쁨을 반복하는 과정이 세 번쯤 지나자 깨달았다.
그 책들은 지금 내게 메시지를 주고 있었다.
지금 '책 비우기'라는 목표만 바라보며, 둔감하게 책을 고르고 있었구나.
책 한 줄 한 줄에서 느껴지는 기쁨을 놓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밑줄 그은 부분들을 읽으면서 전과는 또 다른 관점이 보이고
깊이가 느껴졌다. 이 느낌은 내가 전과 달라졌다는 증거일 테니, 뿌듯함도 올라온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제는 밑줄을 더 많이 쳐야겠다.'
책을 비우는 개운함은 잠깐의 행복이었다.
책의 무게와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글자에 눈과 마음이 같이 따라갈 때의 경험은
가슴 깊은 곳에서 설렘이 차오른다.
비울 거보다
설레는 것을 먼저 봐야지.
생각이 많던 요즘,
이렇게 다시 감각을 되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