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미운 동료가 생겼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by 지혜
마음으로 서비스하는 일본료칸에서의 에피소드입니다. 3년간 동료와 손님에게 얻은 배움과 깨달음을 회고하며 기록합니다.




대나무 숲에서


'책임감 없이 일하는 그가 밉다. 그럼에도 근로시간을 따지며 사장님께 수당을 요구한다. 더 얄밉다.'





나 다음에 들어온 또 다른 외국인 남자 직원. 외국인이 부쩍 많아지자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일본에 있는 지인을 통해서 소개를 받았다.



조선족이며 무려 4개국어를 한다. 중국어와 한국어, 그리고 중국 대학에서 일어와 영어를 공부했다. 조선족은 언어가 능통하기 때문에 인재라고 생각했다.



그는 꽤 잘 웃는다. 행동도 빠르다. 배우려는 태도가 좋아서 열심히 알려줬다. 특히 중국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어 고마웠다.



그런데 점점 그의 웃음과 말이 가볍게 느껴지고 처음처럼 배우려는 자세가 '1'도 보이지 않는다. 걸으면서 볼펜을 딸깍딸깍 거리는 소리가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소개를 시켜준 친구까지 미워진다.



점점 그가 하는 작은 실수들을 뒷수습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를 대하는 내 말투도 변해갔다. '강한 자에는 강하게' (약한 자에는 너그러운 마음을 쓰게 됨) 라는 마음이 일렁인다.





어느 날 아침에는, 한 외국인 손님이 체크아웃 시간을 물으러 왔다.



보통 오전 11시지만 12시까지 체크아웃 연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1시입니다." 였다. 우리 둘 사이에 회장님이 서 계셨었다. 회장님을 바라보며,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체크아웃 시간 1시로 변경됐나요?" 회장님은 "아니~"



옆에서 들은 그는 손님께 얼른 말을 정정한다.



만일 그대로 모르고 지나쳤더라면, 오후에는 이불 부서는 이미 퇴근해 버리고, 그 뒤에 모든 부서의 일이 꼬이게 됐을 판이다. 그 무엇보다도 1시로 알고 있는 손님에게 12시에 전화를 걸어, 실례를 범했을 터이다.



요즘 이 친구가 처음과는 다르게 일도 열심히 안 하고, 기본적인 체크아웃 시간도 다르게 말하는 것을 듣고는, '투잡을 하고 있나?' 라는 의심도 들었다.





또 다른 어느 날, 둘만 남은 체크아웃 시간이었다. 손님에게 다른 정보를 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간 쌓여있던게 터져서, 직접 해결하라며 거친 말이 나왔다. 다행이도 손님이 옆 카페에 있던 터라, 그가 달려가서 다시 알려드리고 돌아왔다. 마침 프런트에 있던 예약실 동료가 처음으로 큰소리 내는 나를 보고는 놀란다. 나는 정말 혀를 끌끌 차게 되었다.




우리 사이를 알아채고 그와 대화를 한 모양이다. 며칠 뒤에 동료가 말한다. 그에게 말을 조금 부드럽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한다. 자신이 말하는 어투를 알려준다. '그런데 말이지. 그가 실수를 저지르면 뒤처리하는 건 내 몫이라고.' 이 말을 꾹 참는다. 아마도 나의 말투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가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는 한 말이다.




결국 나중에는 두 팀의 손님 여권을 반대로 전달하는 일이 터졌다. 큰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19편. 여권이 뒤바뀐 초비상 사건]




그동안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 그의 행동들을 위에다가 보고할 수는 없었다. 그가 퇴근하고 난 후에, 밤 근무를 하는 나이트상들도 몇 번이나 곤란한 일을 겪었다. 밤 근무할 때면 나이트상들과 그의 얘기를 하느라 자주 얼굴이 찌푸려졌다.



연륜 있는 나이트분들이 더 큰 곳에서 서비스를 배우라며 핫한 큰 기업을 소개해 주었고, 더 배울 수 있는 곳을 가기 위해 이직을 시도했다.



도전을 하면서 그에 대한 집착이 없어질 때 즈음, 그는 스스로 그만두었다.




그리고 나는 이직에 실패하고 그가 없는 료칸에서, 다시 예전처럼 활기차게 일하게 되었다.






동료가 남긴 고마운 일이 있었다. 그동안 보너스로 대신하며 명확하지 않았던 월급 체계가 잔업수당을 계산해서 받게 되었다.



돌아보면, 미운 놈 떡 하나 주는 심정으로 그를 격려하는 노력이라도 해 볼걸. 싶다. 그리고 직장에서 감정을 보이는 것은 마이너스밖에 안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었던 나에게, 그 미운 감정으로 인해 더 큰 세상을 보게 해 주었고, 이때의 이직 실패 경험이 미래에 또 다른 길로 나를 안내했다.




지금에서야 고백해 본다.


미웠고 너무나 얄미웠다.


그러나 덕분에 성장했다.




쑥스러운 얘기지만, 이제는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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