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은 생각
오늘도 바쁘게 체크아웃이 모두 끝나고.
우리는 각자 담당하는 구역을 정리하고 준비한다.
오전 근무가 거의 끝나갈 즈음, 영어(가능한) 스탭을 찾는다.
“오늘 체크아웃한 사람인데, 우린 지금 공항이에요. 근데 여권 하나가 우리게 아니에요.”
두둥!
이어지는 손님의 말
“근데 여권 사진을 보니 어제 늦은 밤에 체크인할 때, 우리하고 같이 했던 가족 그룹이 있었는데 그 가족의 아기 여권인 거 같아요.”
비상비상!!
모든 외국인 손님의 여권을 복사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체크인 시에 수거해서 복사를 해 둔다. (이 자료는 매달 관광안내소에 보내어진다.) 모아둔 복사본을 급하게 찾아본다.
손님이 말한 가능성 99%
다른 가족의 아이 여권과
전화한 손님의 여권이 뒤바뀐 것이다.
두 팀에게 모두 여권을 받고 복사까진 잘했는데, 전달 과정에서 바뀐 것이다.
우리는 다른 가족 측에 전화를 걸었다.
부재중… 계속 부재중…
예약장을 보니, 일본에 사는 지인이 대신 예약을 해 준 것 같다. 그 사람에게 전화하니, 오늘 다른 지역으로 놀러 간다고 했다고 알려준다.
이곳에서 두 시간 이상 걸리는.. 먼 지역이다…
사장님은 이 사정을 알고는 직접 나섰다. 프런트에 서서 계속 전화를 돌리고, 그러는 동안 우리는 사무실에서 수군수군 거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수군수군
“어떻게 여권이 뒤 바뀔 수가 있지?”
수군수군
“왜 여권을 섞은 거야?”
“그때 누가 한 거야?”
“도대체 누구야?”
“누가 여권을 섞은 거야!?”
HOW부터 시작해서 WHY 그리고 WHO에 도달하면서 우리는 계속 누가 그랬는지, 범인을 찾는 데에만 혈안이 되었다.
그러던 중, 사장님이 프런트 뒤 사무실로 들어왔고 나는 넌지시 누가 그랬는지 아직 모르겠다며 말을 꺼냈다.
그런데 이때 사장님이 한말이 나의 뇌리에 꽂혔다.
지금 누가 한 것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처리할 방법이 중요하지.
나는 이 말을 들었을 때처럼, 아직도 내내 부끄럽고 한수 배웠던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 방법을 신속히 찾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범인을 찾겠다고 입만 놀리고 있었던 스스로가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오후 4시, 사장님은 낯이 익은 손님 3명을 데리고 현관으로 들어오셨다.
다행히도 사장님 뒤로 들어오는 낯익은 세 명의 손님들은 우리에게 미소를 보였다.
우리는 서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사건은 사장님의 진두지휘로 해결이 되었다. 그리고 회사에 아주 큰 손해를 입으면서 말이다.
해결 과정>
우리 료칸은 북쪽.
공항은 남쪽 위치(료칸에서 약 1시간 반 이상)
아기 가족은 동쪽(약 2시간 이상)에 있다.
세 거리는 삼각형 구도인 셈.
1. 아이 가족이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 이미 회장님은 지인의 정보에 따라 일단 그 지역을 향해 출발했다.
2. 손님과 연락이 닿아서 상황 알리고, 위치 확인 (이들은 바뀐 줄 모르고 있었음)
-> 회장님(사장님 아버지)이 그쪽으로 향함 (약 두 시간 이상의 거리)
3. 사장님은 공항으로 달려감 (약 1시간 반 이상의 거리)
4. 회장님과 사장님은 각각 장소로 가서 바뀐 여권을 들고 가운데 지점에서 만나 교환하고 다시 전달하러 GO!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의 가족들은 예정된 비행기를 타지 못함. 일행 7명 중 4명은 출발하고 3가족이 미탑승. 게다가 그 비행기는 갈아타는 비행기라 결국 2대를 놓친 격
(결론)
6. 비행기를 못 탄 세 명의 일가족을 위해 다음날 있는 비행을 재예약해줌
그리고 숙박과 아침저녁 모두 제공함
범인은 그동안 나의 일하는 의욕을 저하시켰던 동료였다. 가벼운 행동들로 많이 얄미웠는데, 결국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그리고 마침 쉬는 날이었다.
그날 밤, 다른 동료에게 본인이 한 실수를 듣고 많이 상심해 있다고 한다.
어떻게 뒤바뀔 수 있는지.
그의 가벼운 행동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싶다.
쌤통이다 싶다가도 많이, 아주 많이 안쓰러워졌다.
다음날 아침 일찍이, 그는 사장님께 큰 액수의 돈을 내밀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역시 믓찌다.
“넣어둬.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도록 조심해.”
돈을 받지 않으셨다고 한다.
(아마 보험처리를 하셨을 거다)
그런데 나는 안쓰러웠던 동료가 다시 미워졌다.
본인 때문에 모두가 온신경을 쓰고 나의 점심 먹는 쉬는 시간도 줄었는데 우리에게 사과도 하지 않아, 얄미운 마음이 다시 일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또 반성해 본다.
과연, 나는 사과를 잘 하고 지내는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일에 급급한 채, 넘어간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감사 인사도 중요하며, 사과 또한 잘 하자.
그리고 큰 배움 +1
'문제가 생겼을 때는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그 사건 이후로, 우리는 여권을 복사한 후에 손님에게 되돌려주며 본인 여권이 맞는지 꼭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