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쁨 하나가 사라졌다.
서양인 노부부가 오셨다. 체크인은 내 담당
로비 소파에서 차를 대접하고 안내를 끝냈다.
모시고 객실에 가기 전에 프런트 앞에 펼쳐진 복주머니 진열대로 안내한다.
붐비는 시간이 아니었기에 프런트 직원 네다섯 명이 나란히 서서 이쪽을 보고 있다.
복주머니는 손님들에게 하나씩 주는 우리 료칸의 작은 선물이다.
이 부부 손님은 2박을 묵으실 예정이다.
고르실 동안 나는 건너편에서 살짝 무릎을 꿇고 대기한다.
신중하게 고르시는 중
내가 한마디 더 덧붙인다.
"2박이시니 하나씩 더 고르세요. 하나는 일본 기념품용으로 선물하시면 좋으실 거 같아요."
이 말을 할 때면 손님들이 본인 것 고를 때 보다 미소를 만개한다.
내 것 두 개를 가지며, 공짜 하나를 더 받는다는 기쁨인지 혹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는 행복감 때문일지.
뭔들 어떠하리. 나는 이런 손님들의 웃음을 보는 것이 참 행복하다.
기분 좋게 객실 안내를 마치고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 시간 등을 표시한 후에 주방에도 전화해서 시간을 알린다.
돌고 돌아와 봐도 직원들은 아까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그중에 나의 유일한 동기, 마츠시타상이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부른다.
무슨 일인가 싶어 프런트 뒤로 들어가니 대뜸 묻는다.
"아까 그 손님께 복주머니를 왜 두 개 드렸어?"
연박 손님들이라서 드렸다고 했더니 본인 마음대로 손님한테 서비스를 하냐며 묻는 것이다.
나는 전에 상사에게 2번 정도 물어보고 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 때문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생각과 달랐다.
그전에도 그랬다는 것에 놀라워하며 그런 서비스를 왜 혼자만 하고 있냐는 것이었다. 만약 본인이 연박 손님에게 2개를 하고 있으면 다른 동료들에게도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따지듯 물었다.
내내가?
조금 전까지 어리둥절하던 나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일개 직원인데 내가 그 규칙을 정하고 알릴 의무가 있는 것인가. 그리고 손님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동일한데
내가 안내했다고 해서 우리가 아닌 나만의 손님인가...?
좀 전에 손님이 기뻐했으면 우리 모두에게 좋은 것 아닌가...?
요즘 외국인 손님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당신이 서 있을 동안 나는 료칸 몇 바퀴를 더 돌고 있는데...’
황당하고 억울한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안타깝게도 사장님도 계시지 않은 날이었다.
나는 잘 모르겠고 내일 사장님이 오시면 규칙을 정하고 따르겠다고 하며 자리를 피했다.
프런트에서 마주치자, 또 같은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왜 나한테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노동에 대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올라왔다.
물론 손님이 없는 때였다.
다른 직원들은 이 이야기에서 나 몰라라 했다. 끼어들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몇 분 후에 다른 직원이 다가와 전한다.
그녀가 로비 안쪽에서 울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해가 가질 않는다.
손님에게 잘하려는 마음이 내 욕심인 것인가.
다음날 사장님이 나를 부르더니, 모든 손님들께 한 장씩만 드리라고 하기에 바로 알겠다고 했다. 숫자를 좋아하는 사장님이기에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연박을 하면 할인을 해주거나 다른 서비스를 해 주는 곳도 많다. 하지만 제 가격을 받는 우리 료칸은 복주머니 하나를 더 준다고 해서 얼마나 큰 차이가 날까?
단가를 알고 있다. 내가 경영에 대한 무지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현장에서 일하는 나는 비용이 배로 들더라고 함박웃음 짓는 손님 얼굴을 보고 기쁨을 드리는 것에 몇 배는 더 지불할 수 있다.
이런 문제였다면 회장님의 답변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 경영권을 쥔 사장님의 룰.
앞으로 나는 그 희열을 맛볼 수 없다.
이건 일개 프런트 직원의 서글픔.
그 이후 며칠 동안 마츠시타상과는 전처럼 사이좋게 하하호호 살갑지 않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다시 대화를 시도할까도 했지만
그녀가 너무 좋기에 감정을 더 상하고 싶지 않았다.
또한 당시에 나는 료칸을 곧 떠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좋게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우리 둘 사이의 사건은 아직도 나에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였다.
상냥한 그녀가 돌연 왜 그런 태도를 취했을까?
며칠 전에 이 생각이 나서 친언니에게 물었다.
역시 나보다 대인배인 언니는 그녀의 심정을 알았다.
본인도 손님들에게 더 서비스할 수 있었는데 나 혼자만 그런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또한 손님들 입장에서는 동등하게 서비스받아야 한다는 것을 나한테 알려주려고 했던 것일 거라고.
언니 말이 맞다.
배움이 느린 나는, 이제야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수평관계에서 보았을 때, 동료에게 잘못을 따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수직 관계인 상사가 마츠시타상과 나를 본다면
서비스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예쁜가.
마츠시타 상의 서비스는
미모만큼 말과 행동에 우아함과 기품이 있어서
그동안 동경했다.
뒤늦게 반성한다.
‘그때 내가 일에 치여있어서 마음이 좁았어요.
잘잘못은 뒤로 하고, 그때 눈물을 위로했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그녀가 마지막 근무 때 준 내 영문 이름이 적힌 파일럿 펜.
가끔 그 묵직한 무게만큼 답답했던 그날 일이 떠올라 마음도 가라앉았었다.
지금은
그런 마츠시타(松下)상과 함께 일할수 있었음에 너무나 감사하다.
"거의 동기로 입사해서 3년간 함께 열심히 했기 때문에 정말 너무 아쉬워.
쓰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아...ㅠ
너라면 뭐든지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 - 마츠시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