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살아보니 어떤가요?

싱가포르에 살면서 좋았던 점 vs. 아쉬운 점

by Sunny

*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2020. 07. 29에 작성한 글입니다.

싱가포르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안녕! 라이언 시티!

지난 4년간 싱가포르/해외에 살면서 좋았던 점, 아쉬운 점 혹은 힘들었던 점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이 점들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쓰는 것들이다. 싱가포르에 산다고 해서 모두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


좋았던 점

1. 동남아 여행을 실컷 할 수 있다.

지금은 Covid-19으로 상황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싱가포르는 동남아 여행하기에 정말 최적의 입지다. 나 역시 싱가포르 살면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호주 등 근처의 나라들을 원 없이 여행했다.


자카르타 같은 경우엔 왕복 비행기 표가 10만 원!!! 주말에 2박 3일로 알차게 다녀왔다. 이 메리트를 누리려고 싱가포르에 단기로 일하러 오는 Expat들도 많다.


2. 일 년 내내 날씨가 화창하다.

10년 전 핀란드에서 약 1년간 교환학생을 보내면서 날씨가 사람한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 핀란드는 겨울엔 해가 아침에 10시쯤에 떠서 오후 2시면 지고 계속 밤이다. 게다가 일 년의 반이 겨울이다. 나는 사실 그래서 교환학생 때 기억이 그렇게 좋지가 않다. 너무 어둡고 계속 밤이니 우울하고 무기력해졌다. 앞으로도 굳이 북유럽에서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런 경험을 갖고 싱가포르에 오니 화창한 하늘과 햇빛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감사할 일인지 깨달았다. 아무리 우울하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햇볕을 쬐면 확실히 기분이 좀 나아졌다.


3. (직장 생활, 글로벌 회사 기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다.

한국은 기업 문화가 확실히 좀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것 같다. 제일 싫은 것 중에 하나는 집단 문화. 회식 있으면 빠지면 안 되고, 매일 점심 같이 먹어야 하는 것 등. 회사 사람들이랑 있으면 다들 자기 얘기 하긴 싫어하니까 결국 회사 동료들 험담으로 얘기가 빠지게 된다. 나는 그런 얘기 하는 것도 싫고 듣는 것도 싫었다. 그러느니 그냥 혼자 밥 먹는 게 세상 편하더라.


한국은 지금은 어떤진 모르겠지만 뭔가 혼자 동떨어져 행동하면 그걸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직장 상사와의 관계도 상명하복이 있으니까 상사와 의견이 달라도 그걸 표현하기 어려웠다.


내가 생각하기에 싱가포르 글로벌 회사들은 (이것도 산업 군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적당히 개인주의적이면서 집단주의 문화가 잘 섞여있는데 난 이 점이 참 좋았다. 아무래도 중국계 애들이 많고 한국 사람들같이 서로 챙겨주고 같이 어울리고 이런 것들은 공통점이다. 적당히 낄 때는 낄 수 있고 빠질 때 빠져도 딱히 뭐라고 하지 않는 것들이 개인주의적인 내 성격이랑 잘 맞았다.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수직이 아니라서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편하게 다녔다.


4.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외국 사람들을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도 그렇고.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만 해도 생각의 폭이 넓고 다양한 시각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뭔가 딱히 한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해외에 나올 정도의 독립심 있는 사람들이면 보통 자기 주관 뚜렷한 경우가 많았고,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 갇혀있지 않은 경우도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5. 여자로서 살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예전에 지인한테 들은 바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성희롱만 해도 경찰이 확실히 조사하고 중간중간에 진행 상황 보고해준다. 성범죄율이 한국의 5분의 1이라는 것만 봐도 확실히 한국보단 여자로서 맘 편하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한국에 살 때와는 달리 밤늦게 집에 가도 불안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적이 없다.


아쉬운 점/ 힘들었던 점

1. 집세가 너무 비싸다.

나만 해도 시내 중심지에서 30분 전철 타고 가야 하는 거리의 주택형 아파트 (현지에선 HDB라고 함. 고급형 아파트는 콘도) 화장실 딸린 방 한 칸 빌리는 데만 한 달에 약 90만 원이 들었다. 그것도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집주인이랑. 일 년이면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월세에 (집주인 or 하우스 메이트들이랑) 불편하게 살면서 써야 하는 걸 생각하면 진짜 현타가 온다.


2. 중국어, 중국어, 그리고 중국어

싱가포르에서 회사 다닐 때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팀원들이 다양한 국적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 같이 있을 때 중국 애들이 항상 자기네끼리 중국어로 얘기한다. 이 문제에 대해 여러 번 매니저한테 얘기했지만 잘 고쳐지진 않았다.


시장별로 업무를 나누는 포지션들은 중국어를 하지 않으면 특히 싱가포르/홍콩에서는 올라갈 수 있는 커리어 패스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만약에 영어 외에 다른 외국어가 공용어인 곳이라면, 본인이 그 외국어에 적어도 호감을 가지고 있고 배울 용의가 있는 곳에 사는 게 외국인으로서 좋은 것 같다.


3. 척박한 연애 시장
싱가포르에서 좀 괜찮다 싶은 Expat들은 주재원 같은 형식으로 그냥 잠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 문제도 그래서 그냥 가볍게 밤 즐기고 단기용 데이트 파트너를 구하지 막 복잡하게 여자 문제에 얽히고 싶어 하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4. 너무 덥다.

나는 더위도 굉장히 많이 타고 체력도 약한 편이다. 싱가포르가 이렇게 더운 나라인지 모르고 왔다. 비유하자면 진짜 너무 더울 땐 온 나라가 찜질방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에어컨 틀면 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밖이 너무 덥다 보니 야외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제한적이었다. 아무리 여름이 좋아도 일 년 내내 여름이면 또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싱가포르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식재료도 신선하지가 않고, 오래 보관하기도 힘들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살기엔 최적의 나라는 아니다.


해외에 사는 게 꼭 누구나 해야 할 경험은 아니지만, 해외 취업 전/후로 실제로 외국에서 일하면서 살면서 배우고 감사하게 된 점들도 많다. 외국에서 산다고 해도 학생으로 사는 것과 일하면서 사는 것은 다르다. 난 개인적으로 경제적으로 자립한다는 점에서 교환학생 때보단 취업해서 내 손으로 돈 벌고 방세 내면서 사는 게 더 좋았다.


해외에 산다고 해도 자기와 합이 잘 맞는 대륙이나 나라가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그 합이 가장 잘 맞는 나라가 한국이란 법은 없다. 사실 어딜 가나 내 맘에 100% 쏙 들기는 어려울 테니까 '지금 이곳'에서 씩씩하고 즐겁게 생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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