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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연 Jul 02. 2021

지극히 사적인 다큐

90년생의 선택

"엄마. 저 한 달만 조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안 될까요?"

"왜?  돈 필요하나?"
"친구가 그러는데 조선소는 한 달만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안 된다. 과외하면 되잖아."

나는 아들이 일주일이라도 조선소서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조선소는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환경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잘 다니고 있는 것은 두 아이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느 날.

 나를 위대하게 만들어 준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저 아빠가 하는 일 같이 하기로 했어요."

"그래?  잘 결정했다."

나는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안도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딸은 공시족을 벗어나 공무원이 되었다. 90년생인 아들은 지금까지 공시족이었다. 학사와 석사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곳에 입사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다.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증도 다 땄고 영어 면접을 대비한 준비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90년생의 책장에 즐비하게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제목들이고 두껍기까지 하다. 저렇게 어려운 책들을 공부하고 있는 90년생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던 적이 많았다. 가장 어둡고 외로운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들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눈높이를 좀 낮춰서 시험 치면 안 될까?"

"엄마. 일찍 입사한 친구들 대부분 직장 그만뒀어요. 저는 좀 늦더라도 가고 싶은 곳에 갈려고요."

아들은 성실하고 올바르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고집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66년생인 아버지가 90년생인 아들에게 말했다.

"아빠가 나이도 많고 힘이 드니 아빠랑 같이 일하자."

66년생인 아버지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자신이 일궈 온 사업을 아들과 함께 하기를 원했다.

나는 아들이 누구나 부러워하는 공기업에 취직하기를 바랐다. 월급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공무원은 구조조정의 공포가 없고 정년이 보장된다. 그래서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90년생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사실 공부를 하면서도 계속하고 있었던 고민이었을 것이다.

이 결정으로 대한민국은 나라를 위해 일할 훌륭한 인재 한 명을 놓쳤다.

퇴근 후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랑하는 아들. 엄청 기대된다. 아들이  잘하면 잘할수록 아들이 좋아지니까."

"제가 하는 만큼 수익이 나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들이 시험에 합격하는지 어떤지를 철학관에 가서 물었던 적이 있다. 올 해는 꼭 취직한다고 했다.

그 취직이 이 취직이었나 보다. 어쨌든 취직이 되고 나니 기분이 좋다. 모든 근심이  사라졌다.

90년생 백말띠가 66년생 곁으로 왔다.

66년생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시대를 살았고,  90년생은 늦게까지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거나 회식이 당연한 문화를 거부한다. 회사의 노예가 되는 삶이 아니라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삶을 꿈꾼다.

젊은 피가 보태어진 66년생의 사업에 어떤 시너지가 일어날지 기대된다.

90년생아!  66년생을  잘 부탁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결정이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것의 잣대는 돈을 많이 벌고 못 벌고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돈 많이 벌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러니 항상 대응을 잘해야 한다.

 옳은 선택이란 없단다. 각자가 생각하는 옳은 선택만이 있을 뿐이란다.

 결정을 내렸으면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나아가는 것이다.

 단, 지금처럼 꾸준히 운동하는 것과 건강한 식습관은 꼭 유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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