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연 Aug 04. 2021

지극히 사적인 다큐

프로는 아름답다.

'프로는 아름답다.'

참으로 멋진 말이다. 이 말은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강력한 동기부여를 준다.

프로는 어떤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프로라는 이름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프로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발레리나 강수진이다.

그 유명한 강수진의 발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치열하게 연습을 했으면 발가락이 저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면서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또 한 명의 프로가 있다. 여신 미모를 뽐내며 우아한 연기를 선보이는 피겨여왕 김연아다.

스포츠 경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지만  김연아 선수의 모든 경기는  다 지켜보았다.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프로답다고 생각하는 배우 김희애를 좋아한다.

'아들과 딸'  '폭풍의 언덕' '내 남지의 여자' '밀회' '부부의 세계' 등 그녀가 열연한 드라마는 다 섭렵했다.

내가 아마추어보다 프로를 좋아하고 동경하는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을 그들은 해 냈기 때문이다.  부러움과 존경의 마음과 함께 내 일상을 좀 더 노력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동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또 한 명의 프로가 있다.

30대에 세신사로 일하기 시작해서 50대가 된 지금도 변함없는 힘과 기술로 세신사를 하고 있는 그녀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14년 전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꼭 선물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세신사에게 몸을 맡겨서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다고 고생했으니 이 정도의 보상을 해 주어야 몸이 화내지 않고 또 한 주를 열심히 달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창원에서 전업주부로 살 때부터 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나는 어떤 세신사가 잘하는지 알 수 있었고 또 처음과는 달리 대충 해 주면 그것 또한 금방 알고 다른 세신사를 찾았다. 대신 나는 가장 비싼 세신비를 지불한다.

이 목욕탕 저 목욕탕 옮겨 다니다가 내 마음에 딱 드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찾아가는 그녀였다.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고 하더니 그 세신사에게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언제나 만원이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었다.

14년 전에 만난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녀의 손놀림은 언제나 똑같았다. 한 번도 소홀하거나 덜 해 준 적이 없었다. 신기할 정도였다.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면서 해 주기도 하면서 항상 힘이 넘쳤고 웃는 얼굴이었다.

코로나로 목욕탕에 손님이 줄었어도 그녀의 손님은 여전하고 한 여름이라서 목욕탕에 손님이 줄었어도 그녀의 손님은 여전하다고 한다. 그녀는 현재  알부자로 소문나 있다.

14년 동안 그녀와 나는 세신사와 고객으로 지내왔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 웃으면서 인사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녀를 보면서 항상 생각했던 것이 있다. 그녀는 진정한 프로라는 것이다.

한 번도 손의 힘이 빠진 적 없이 똑 같이 손님을 대하고 있는 그녀는 진정한 프로 세신사라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과연 몇 살까지 세신사를 할 것인가 궁금하다. 나는 그녀가 그만두는 날까지 고객이 될 것이다.


아마추어보다는 프로를 좋아하는 나는 매사에 프로다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운전을 할 때도 프로답게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앞을 주시하며 목적지까지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음식을 할 때는 최대한 건강하게, 맛있게 먹기 위해 조리에 신경 쓰고 있으며, 운동을 할 때는 올바른 자세와 호흡법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회사에서 화기 감시를 할 때도 함께 일하는 작업자가 나를 믿고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