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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연 Aug 17. 2021

지극히 사적인 다큐

저렇게 좋을까?

"엄마!  저 남자 친구 생겼어요."

"그래?"

세 달 후!

"엄마!  남자 친구가 저보다 4살 많은데 참 좋아요. 그래도 아직은 더 만나봐야 알 수 있어요. 처음에는 다들 잘해주잖아요."

여섯 달 후!

"엄마! 이 오빠는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엄마는 을이가 최수종이나 도경환 같은 남자랑 결혼했으면 좋겠다."

"도경환 스타일이에요.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딸은 나를 닮지 않았다.

예능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세상을 향한 모험심과 호기심도 가득했다.

창원에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오면 종일 줄을 서서 만나보고 사인도 받아왔다. 좋아하는 가수가 콘서트를 하면 서울까지 가서 보고 오곤 했다. 

대학교는 서울로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래야  많은 공연을 자주 볼 수 있으니까.

아슬아슬하게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다. 홍대 거리는 딸의 가장 좋은 놀이터였다.

간호학과를 다니고 있었는데  3학년이 될 무렵 1년만 휴학해야겠다고 했다. 퍼포먼스 공연에 빠져서 한창 공연하러 다니고 있을 때였다.

"을아. 공부는 꼴찌해도 된다. 휴학은 하지 말고 일단 졸업부터 해라. 졸업하고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나는 딸을 차에 태우고 경주를 지나 울산 바닷가로 데리고 갔다. 둘이서 여행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해 여름방학 때 딸은 한 달 반 가량 친구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연극하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학교만 충실히 다녔다.

졸업 후 바로 자기가 다니던 학교 대학병원에 취직을 했다. 딸은 학교에서 보다 병원에서 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타고난 간호사였다. 3년이 지났을 때 병원을 퇴직하고 그 퇴직금으로 유럽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 간 배낭여행은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고생만 했다는 것이다.

두 달 가까이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엄마 저 소방공무원 시험 쳐야겠어요. 간호사는 평생 직업으로 별로예요. "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평생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간호사는 힘들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딸은 소방공무원이 되었다.


휴일이 되면 항상 거제로 왔다.

올 때마다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온다.

오자마자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엄마!  잘 챙겨 먹고 있죠?"

"당근~~"

딸의 요리 솜씨는 수준급이다.

보통은 엄마가 바리바리 딸에게 싸 주는데 우리는 거꾸로다. 회사 다니느라 고생한다고 맛집을 검색해서 데리고 간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너무너무 예쁜 딸이다.


나는 항상 딸을 보면서 대견해했다. 내 딸인데도 나와는 너무나 다른 딸이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겁이 많고, 환경에 순응하며, 안정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다 보니 발전 또한 없는 인생이었다.

"엄마!  합격 기념으로 베트남 유명 휴양지에 가서 푹 쉬다가 와요. 경비는 제가 다 낼게요."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딸과 둘이서 7박 8일 동안 휴양지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딸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좋다고 하던 사람을 사귄 지 1년이 지났다.

"아직도 도경환 스타일이냐?"

"네.  진짜 변함없고 좋은 사람이에요. 그기다가 잘 생기기까지 했어요."

그 사람을 사귄다고 말한 후부터 딸은 언제나 행복해 보였다. 집에만 오면 자랑하기 바빴고 둘이 놀러 가서 찍은 사진을 보내오기 바빴다.

시부모 될 분들을 만났는데 너무 좋아서 같이 있으면 힐링이 된다고 했다.

"엄마.  제가 복이 많은가 봐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가족이 된다니...."

나는 딸을 볼 때마다  '저렇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상견례를 했다.

딸의 말대로 정말로 좋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생기고 예의 바른 예비사위를 보니 든든했다. 나에게도 이제 든든한 울타리가 생기는 것이다.

딸의 결혼으로 인해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결혼을 준비하는 딸은 수시로 전화로 이야기하고 사진도 보내주었다. 행복에 겨워서 어쩔 줄 모른다는 표현이 딱 맞다. 요새 나는 딸을 볼 때마다  '저렇게 좋을까?'를 생각한다.

이제 결혼 준비는 다 했다.

코로나가 극성이지만 가족끼리 오붓하게 하기로 했다.

사랑하는 선남선녀가 그 결실을 이루어 지혜롭고 올바르게 살 수 있도록 하루라도 빨리 결혼식을 올려주어야겠다.


사랑하는 딸아 엄마가 평생  '저렇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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