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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연 Aug 18. 2021

지극히 사적인 다큐

지심도에 가 본 적 있나요?

해안 거님길을  따라 신선한 공기가 주는 상쾌함과  바람의 다정함을 느끼면서 산책을 한다.

이 시간은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정리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 명상의 시간이기도 하면서 덤으로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는 시간이기도 하다.

40분 정도 걸어가면 멀리 지심도가 훤히 보이는 지점에 도착한다.

지심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바위에 부딪히면서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마음에 스며있는 상념들을 씻어준다.


2013년!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가 나를 티브이 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할 때 장사도를 알게 되었다.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 도민준과 왕싸가지 한류여신 톱스타 천송이의 기적과도 같은 달콤 발랄한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나는 그 드라마에 정말 매료되었다.

그 후 고향 친구들과 장사도에 갔다. 도민준과 천송이가 순간 이동해서 온 동백터널길을 걷기도 했다.

그때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앞에 지심도라는 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도  2월과 3월에는 동백꽃이 피고 있고 원시림 터널을 이룬 신비로운 나무터널을 걷노라면  세상 시름을 다 내려놓을 수 있다고 한다.

매일 바라보는 지심도에서 도민준과 천송이가 되어 동백으로 울창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 16년째 살고 있다. 그래도 지심도에 가 본 적은 없다.

같이 가고 싶은 고향 친구에게 물었다.

"넌 지심도 가 봤니?"
"응. 갔다 왔어. 그때 넌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고 해서 우리끼리 갔어"

지금까지 나는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살았다. 친구와 약속을 했는데도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출근하라고 하면 그 약속을 취소하고 출근을 했다. 휴일에 출근을 하면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같이 가고 싶은 회사 동료에게 물었다.

"지심도 가 봤니?"

"응. 가족들이랑 갔다 왔어"

그 후로 나는 "지심도 가 본 적 있니?"라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그리고 내가 꿈꾸는 일을 이루었을 때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내가 나에게 하는 예언은 신비한 매력을 가진다.

멋진 미래를 나에게 약속하는 것만큼 가슴 설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미래가 확실한 것은 없다. 내가 꿈꾸는 대로 된다면 너무나 기쁠 텐데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불확실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꾸준히 해 나가고 있다.  

희망이라는 말은 그것을 이루었을 때 안겨주는 기쁨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희망이라는 것을 없애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없애버리는 순간 나의 설레는 미래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 결말은 외계로 다시 돌아간 도민준을 잊지 못한 천송이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로부터 3년 후 영화제에서 시간을 멈추고 천송이 앞에 도민준이 나타난다.

둘은 뜨거운 키스를 나누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나는 내가 꿈꾸는 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소설을 쓰고 있다.

그 소설이 작은 결실이라도 얻게 되는 날  물어볼 것이다.

"지심도에 가 본 적 있나요?"


지금은 기다림이라는 설렘과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속에 저장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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