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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연 Jul 06. 2021

슬기로운 조선소 생활

외모보다 말씨

 외모보다 말씨


'기승전 예쁨'

'예쁘면 다 용서가 돼'

'잘생긴 남자가 출세도 잘해'

나도 예쁜 여자나 잘생긴 남자가 좋다. 그 사람이 말도 예쁘게 할 경우는 그렇다.


창원에서 살 때 단골 화장품 가게가 있었다. 그곳은 아파트 아줌마들의 아지트였다.

애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그 가게에 모여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마사지를 받기도 했다.

항상 손님이 많았다. 가격을 싸게 해 주거나 특별한 서비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인이 하는 것은 항상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아주는 것과 높지 않은 억양과 부드러운 말씨로 응대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과거 직장에 말씨가 너무 예쁜 여사원이 있었다.

키는 172센티 정도였는데 덩치가 좋아서인지 더 크게 느껴졌다. 살이 쪄서 걸음걸이도 뒤뚱거렸다.

그녀의 남편은  자주 통근버스가 서는 곳에서 그녀를 기다렸다가 함께 집으로 걸어가곤 했다. 무척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말씨였다. 그 덩치에 어떻게 그렇게 예쁘고 부드러운 말씨가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말하는 목소리를 듣고 호감을 가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도 그녀처럼 부드럽고 예쁜 목소리로 말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런데 참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목소리 톤이 달라지기도 하고 정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단어가 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지금도 나의 말씨 다듬기는 진행 중에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칼은 몸을 베고 말은 마음을 벤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

등등 말에 관한 속담과 명언은 참으로 많다. 그만큼 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말을 직선적으로 하고 나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서 표현하는 나는 나의 말 습관을 고쳐보고자 이주리 작가의 '말의 결'이라는 책을 샀다.

그 책에는 '말의 결이 부드러운 사람은 상대에게 호감과 신뢰를 얻는다. 그들의 말속에는 배려가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라고 쓰여 있다.

지인 중에 Q라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뚱뚱하고 외모도 별로다. 그러나 Q주변에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 이유를 그녀의 말의 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다름을 인정하면서 말한다. 목소리는 부드럽고 안정감이 있다. 그녀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M은 외모는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말을 하다가 보면 정이 별로 가지 않는다. 처음에는 호감을 가지고 다가가다가도 어느 순간 멈추게 된다. 그녀의 말투는 상대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가 없다고 느껴진다. 언제나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한다. 세상에 정답은 없고,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다고 하는데 토론장이 아니라면 그냥 동의하고 수긍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말이다. 가까이 가면 쏘일 것 같은 불편함으로 처음의 호감이 비호감으로 바뀐다.

같은 말이라도  '아'다르고 '어' 다르다고 한다. 같은 내용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기분을 북돋을 수도 있고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죽마고우도 말 한마디에 갈라진다.'는 속담이 있을까?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읽는 글귀가 있다.

'부드럽고 상냥한 말씨'

'겸손'

'배려'

반복만이 가장 큰 학습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니 언젠가는 나도 예쁘고 상냥한 말씨를 장착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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