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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연 Jun 29. 2021

슬기로운 조선소 생활

하늘색  안전모

조선소에 처음 입사하는 사원에게는 3개월 동안 하늘색 안전모를 쓰게 하고 있다.

이 사람은 조선소에 처음 발을 내디딘 사람이니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 주고 가르쳐 주라는 뜻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근처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끊임없이 험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매우 짜증스러운 목소리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무식하고 안하무인 적인 말들이었다.

'요새도 저런 사람이 있네'

궁금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선임으로 보이는 덩치가 좋은 사람이 하늘색 안전모를 쓴 사람에게 하는 말이었다.

하늘색 안전모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있었다. 안전장구를 다 하고 있어서 얼굴을 자세히는 볼 수 없었지만 20대 정도로 보이는 눈빛이 순한 작업자였다. 작업도구를 다 날라다 주고 시키는 대로 일을 하면서 수시로 욕을 들어먹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내가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배려와 친절 덕분이었다.

내 작업도구를 대신 들어준 사람.

자전거가 고장 날 때마다 차에 실어서 대신 수리해서 갖다 준 공구장. 

나보다 더 힘든 일을 하면서도  고생한다고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동료.

작업구역을 몰라서 물어보면 누구라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야드 사람들.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해서인지 조선소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했다.

그래서인지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생소한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약자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이 사회는 따뜻하고 성숙해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신입사원이나 외국인, 그리고 상대적 약자에게 친절하다.

나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친절과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그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하려고 한다.


그 선임과 하늘색 안전모를 현장에서 수시로 보았다. 여전히 두 사람은 짝을 지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선임이 화를 내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는 생각을 했다. 신입사원이 점점 일을 잘해 나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르쳐 준다는 것은 사랑과 배려로 해야 하는 것인데 생색내고 막말하고 그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날 야드에서 만난 그 하늘색 안전모는 반짝반짝 빛나는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그는 이겨낸 것이었다.

조선소에서의 미덕은 오래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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