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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연 Jul 06. 2021

슬기로운 조선소 생활

야드의 풍경

 야드의 풍경


사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자전거를 타고 사내로 들어간다.

열정교를 지나면 심장이 뛸 정도의 운동이 되는 코스를 달릴 수 있다. 이 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출근할 때는 식당에 가서 맛있는 밥을 먹을 생각에 페달을 열심히 밟고, 퇴근할 때는 집에 가서 티브이 보면서 쉴 생각에 페달을 열심히 밟는 길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빨간 넝쿨장미가 더위를 이기게 해 주고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한 해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간다.

우리 회사의 가장 큰 매력은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먹을 수 있고, 한식, 중식, 양식 중에 선택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내에 식당, 소방서, 주유소, 은행, 우체국, 휴게실, 세탁소, 샤워실, 매점 등이 갖춰져 있다.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되고 있어서 이동도 편리하다.

매달 간식권도 지급된다. 이 간식권으로 매점에서 원하는 것을 사 먹는다.

일 년 중 가장 일하기 힘든 여름철에는 '혹서기 간식권'이 따로 지급된다. 아이스크림이나 시원한 음료를 사 먹을 수 있는 간식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온도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오침 시간을 준다는 사실이다. 점심을 먹고 시원한 곳에서 오침을 할 때의 기분은 최고다. 눕자마자 잠에 빠져든다. 이런 재미가 있어서 여름도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다.

"오늘 오침 시간 있어?"

"햇빛 보니까 오늘은 한 시간 주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휴식시간이 되면 배 위로 올라간다.

그때 바라보는 경치는 참으로 아름답다. 녹음으로 짙은 산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펼쳐져 있는 야드의 풍경은 더할 수 없이 웅장하고 멋있다.

조선소 최강자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골리앗'과 수많은 크레인들을 바라보면 현장의 역동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야드에는 거의 매일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배고파서 못살겠다. 임금인상 쟁취하자."

"피 땀으로 일한 대가, 해고가 웬 말이냐"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자."

어떤 사명감이 없다면 아무런 대가도 없이 저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피켓을 들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이른 아침부터 외치는 저들이 있기에 우리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노동과 자본이 민주와 자유 속에서 뜨겁게 굴러가고 있는 나의 일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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