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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옥수수 Jul 10. 2023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그림책

여우의 식탁 / 오웬 데이비 / 키즈엠 / 2011

<여우의 식탁>은 배가 고픈 여우가 들판과 호수, 땅 속까지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여우는 숲속에서 작은 올빼미를, 푸른 농장에서 닭을, 호수에서 물오리를 찾아낸다. 


우리는 여우가 작은 동물을 사냥해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어쩌면 상식에 해당한다.


당연히 우리는 여우가 올빼미, 닭, 물오리를 저녁 식사로 잡아 먹으려 한다고 생각할 법하다. 


그런데 여우는 이상하게 동물들은 그 자리에 두고 떠나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여우의 꾸러미에는 사과, 당근, 치즈 같은 것만 점점 늘어난다. 



소피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선입견에 맞춰 생각했다. 


"엄마. 분명 여우가 저 동물들을 잡아먹을거야."

"아마 그럴 거야."


분명 작은 올빼미나 토끼, 물오리는 여우에게 한입거리일 것 같았다.


하지만 양은?

여우보다 덩치도 크고 뿔도 큰 동물은 잡아먹기 어려울 것 같았다.


"여우가 양도 잡아먹나?"

"그러게?"


나도 소피도 고개를 갸웃했다. 



마지막 페이지에 모든 의문이 밝혀진다. 


여우는 풀밭에 피크닉용 돗자리를 넓게 편다. 


그리고 사과, 옥수수, 치즈 등 맛있는 음식들을 가득 차린다.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동물들을 초대해 다함께 저녁 식사를 나누어 먹는다.



"말도 안 돼!"


맞다. 말도 안 된다.


여우가 토끼를 보고도 사냥하지 않고 당근만 따 가는 것도, 


호수에 뛰어들어 병에 호숫물을 담으며 물고기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것도.



하지만 그게 바로 그림책의 재미있는 점이다.


현실에는 없는 이야기.


하지만 진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뻔뻔스럽고 능청스럽게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이다.


아이들도 그림책을 보면서 어떤 부분이 비현실적인지 


“말도 안돼!”


한 부분인지 금방 알아낸다. 


나는 그럴 때 이렇게 한다.


“맞아. 말도 안 되지. 하지만 이건 이야기잖아. 말이 안 되어도, 재미있잖아.”


어깨를 으쓱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러면 대부분 나를 따라 헤실 웃는다.

소피는 그런 것들을 좋아한다.

 

아니, 사실 내가 그런 것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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