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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옥수수 Oct 11. 2023

어둠 속에서 보는 그림책

창문을 열고 빛을 비추면 / 아야네 베스타드 / 키다리

이 책은 불을 끄고 보아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이 담고 있는 기적과 경이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불을 끄고 페이지를 넘기고, 빛을 비추면 별자리의 신비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창문을 열고 빛을 비추면>은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흔한 스토리텔링 없이, 주인공도 없고 악역도 없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하나 없이

독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창조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왼쪽 책장에 적힌 수수께끼를 읽고, 무슨 동물일지 생각해야 한다.

그런 다음 오른쪽 책장의 창문을 열면 별자리가 보인다.


별하늘에서 별자리를 찾을 수 있듯, 창문을 열면 별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오른쪽 책장 뒷면에 손전등이나 휴대전화 불빛 등으로 빛을 비추면

퀴즈의 정답이자, 별자리의 정체인 동물 모양이 나타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도시에 살았다. 

별보다 훨씬 밝은 가로등 사이를 지나는 것에 익숙했다.


가끔 나는 아빠의 밤산책을 따라나갔다. 

오리온자리가 뜨는 밤에 공기는 차가웠고, 아빠의 품은 따뜻했다. 

그 시간은 별들의 무한한 신비와 아빠와 나만의 연결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아빠는 별자리 하나를 가르쳐 주었다.


별 세 개가 나란히 벨트를 이루고 있고 팔과 다리를 쭉 뻗은 모양의 오리온자리.

아마 아빠도 별자리 중에는 오리온자리 말고는 아는 게 없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아빠가 가르쳐 주었던 오리온자리는 내 마음에 남아

지금도 다른 건 몰라도 오리온자리만큼은 금세 찾을 수 있다.




<창문을 열고 빛을 비추면>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성급하게 빛을 비춰 그림을 찾기보다는

차분히 책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컴컴한 방에서 책 앞에 앉아서,

손전등이나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해 책을 더듬어가며 

서로의 머리를 맞대어 퀴즈의 정답부터 맞혀보면 좋겠다.


퀴즈 자체가 굉장히 아름답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시간이 된다.



고양이도 잠든 깜깜한 밤이에요.
어두워진 하늘을 자세히 보세요.
숲에서 사는 동물인데 겨울잠을 자요.
몸집이 크고 무겁지만 귀엽게 생겼어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때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창문을 열고 빛을 비추면>은 독자가 직접 참여하여 새로운 경험을 발견하도록 만든다.

불을 끄고 이 책을 탐험하면 별자리의 신비로운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일상에 바빠 주변의 아름다움을 무심히 지나치곤 한다.

이 책은 별이라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게,

놀라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불을 끄고, 페이지를 넘기면,

별자리의 신비로운 세계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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