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착지를 찾아서, 다음 도시는 공주로 정했다.
일을 하며 주말마다 어디를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지라, 여행코스를 짜는 것마저 귀찮아져 버렸다. 결국 버스투어를 신청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주는 ktx보다 고속버스터미널 이용이 좋으며 버스투어보다 그냥 고마열차를 이용하거나 차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단 시간별 일정을 정리해 두었다. 여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착지를 찾기 위한 코스임을 먼저 밝힌다. 심지어 오전 일정은 공주에 도착해서 정한 것들이다.
<오전>
용산 7:30 - 8:40 공주 도착
8:40-9:20 카페러빈 공주역점
9:20-9:40 중학동역(시청 다다음역) 이동
*버스 200 탑승- 하루 배차 3번(이거 아님 네이버지도 믿지 마요)
9:40-11:20 공주도시재생센터, 나태주풀꽃문학관, 공주산성시장
<오후>
11:20-12:40 연미산자연미술공원 *택시이동 8분 거리
12:40-13:50 점심식사 *원진노기순 청국장
<반나절 공주 버스 투어>
14:00-17:40 공산성 / 공주무령왕릉과 왕릉원 / 국립공주박물관 / 공산성
17:40-18:10 공주터미널 도보이동
18:10- 20:10 서울 남부터미널역 도착
공주가 버스이용이 용이한 이유는 ktx공주역 주변은 아무것도 없다. 버스로 내리는 공주역 인근에 가볼 만한 곳들이 많다. 요금도 반값이고 거리는 비슷하다. 당연히 버스다.
공주역은 정말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차를 대여를 하거나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서 관광지 쪽이나 시내로 나가야 한다. 인근엔 카페도 없었으나 다행히 역사 내 카페가 있었다. 급하게 관광지도를 모아 모아 일정을 짜기로 했다.
일정을 짜면서 지도를 보니 버스 배차간격이 하루 세 번 이런 식이 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30분마다 한 대씩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네이버 지도는 하루 세 번이라며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역시나 지방에서 뚜벅이로 산다는 것은 역시나 불가능이다. 버스배차 세 번이 말이냐 방귀냐 하던 차에 카페 창문 바로 앞에 200번이 정차한 걸 보았다. 버스 시간도 정확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뚜벅이의 가장 큰 서러움이 버스가 오고 안오고에 따라 일정이 틀어지는 것은 물론, 속이 탄다.
결국 시청 근처로 가보기로 했다. 난 여행을 온 게 아니라 주요 목적은 정착지를 찾는 것이니, 번화가로 보이는 곳들이나, 중요 시설들을 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는 막상 본 시청역에도 별게 없어서 다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사람들이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내리자마자 보였던 알록달록 학교 내 야구장이었다. 알고 보니 박찬호선수가 모교인 학교라고 했다.
시내 안에서 본 것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청년센터였다. 공주는 대부분의 주요 건물들의 디자인이 한옥스럽다. 기와집 지붕으로 나름대로의 고즈넉함을 주고자 한 듯했다. 그 와중에 청년센터마저 한옥스럽게 꾸며져 있는데, 건물 크기가 압도적으로 커서 놀랐다.
너무나도 신기한 점은 이렇게 큰 청년센터가 있을 만큼 청년이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과, 프로그램을 보니 서울에서 하는 것과 별반 다른 게 없었다. 청년들이 그만큼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주말에 갔던지라, 센터가 문이 닫혀있었기 때문이다. 공주 역시 지역인구들이 유출되고, 청년들의 유입을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었다.
공주에 와보니 도시재생센터와 사회적 협동조합 등등 곳곳에 마을 활동가들의 흔적들이 많아 보였다. 도시재생으로 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했다.
도시재생이란 인구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 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
도시재생의 개념을 축약해서 설명하면 쇠퇴하는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겠다.
아래 제시한 지역 소멸 위험 118개 시, 군, 구만 보더라도 서울 중심의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방은 소멸 위기다. 도시재생을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말인데, 문제는 여전히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이라는 것.
쇠퇴하는 도시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공주시의 경우 재생센터 안에 있는 세부사업을 살펴보면, 1) 생활인프라 개선, 2) 주거정비지원, 3) 지역특성화, 4) 지역역량강화 4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지방을 다니며 느낀 점은 1) 사람이 없어도 아파트는 더럽게도 많이 짓지만 인프라는 적은 것, 2) 지역특성화는 결국 큰 마을축제를 만드는 등의 관광중심이라는 것이다.
도시개발이라는 이유로 낡은 구옥들을 허문 자리에 왜 이렇게 신축 아파트들을 짓는 것인지. 결국 지방이 좋은 점은 건물이 낮아서 탁 트이게 보이는 전경도 한몫하지 않나? 열심히 건물을 짓는 걸 보면, 나중에 사람들 줄어들면 그 집은 누가 살까 싶다. 일인가구 많아져서 각자 한 집씩 살려나.
실제로 작년 겨울 여행 갔던 군포의 한 택시기사님은 '사람이 없는데 아파트만 지어서, 저기 건물 다 지금 비어있어.'라고 하셨더랬다. 덧붙여하신 말씀도 기억난다. '사람이 오려면 공장이나 일하는 곳들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 집만 있다고 누가 살겠냐고.'라고.
그러나 기업 입장도 있다. 지방은 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지역의 경쟁력은 사실상 낮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얻거나, 물품이 이동하는 경로가 짧아야 하는데 지방은 서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굳이 돈을 더 써가며 기업이 지방에 기업체를 지을 리 없다. 이런 일이야 말로 정부가 개입되어야 하는 일이지 않을까?
일자리도 그렇지만, 사람이 사는데 '인프라'는 굉장히 중요하다. 수원에 와서 인프라 적은 곳에서 심심하다고 말하는 나로서는 인프라 없는 지방은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공주는 인프라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을 모았다. 사람이 모여서 함께 재미있는 활동들을 만들어가는 것도 지역역량강화에 해당한다. 실제로 공주에는 '공주 공동체 라디오'가 있다. 지역주민들이 제작하고, 직접 dj도 하고,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연을 싣는다.
공주 재생센터에서도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주민 간 함께 모여 마을의 문화를 소개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등의 공동체 활동을 만들어낸다. 그럼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 수 있다. '나는 혼자 하고 싶은데?'
어려운 일이다.
요즘 사람들의 관계 맺는 방식은 다소 가는 편이다. 가늘게 연결되어 있다가, 내가 필요하고 좋아 보이는 활동이 있으면 그땐 일시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한다. '항상' 연결되어 있는 것은 피곤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도 어느 정도 돈만 있으면 선택하고 지불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같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사람으로 부족한 인프라를 채워가는 것 역시 다른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가늘고 긴 연결' 전략.
어차피 필요할 땐 원하는 사람이 자동적으로 모이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모이는 필요성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은 콘텐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데, 지역에 맞는 필요한 콘텐츠도 결국엔 지역주민들 입에서 나와야 한다.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초반에 마을 활동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있다는 걸 알아야 관심 있을 때 한 번이라도 참여해 보니까 말이다.
두 번째로 지역특성화로 지역에서 매년 하는 '마을축제'나 '관광유치'. 지방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대다수의 지방에서는 마을 축제를 하고, 관광지를 많이 만드는 등의 관광중심의 해결책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결국 지방 소멸을 막는 길은 유동인구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으로서 '정착' 해야 하는 데 말이다. (물론 유동인구가 많아져서 상권이 회복되고, 상권이 회복되면서 그 안에서 또 다른 창업 인구가 늘고, 정착하는 경로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얼마나 될까?)
모든 지역이 다 똑같은 방식으로 도시 재생을 진행하는 것도 맞느냐는 의문이다. 어느곳에서 좋다하면 다른 도시도 똑같이 따라하는 게 일반적이다.
공주시의 경우 콘셉트 자체를 '문화와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공산성 마을'로 설정했다. 분명 공주와 같이 지역의 특색을 살려서 대부분의 마을들이 도시재생을 진행할 텐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시재생은 '다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일까. 특히나 어디서 좋다 하면 그저 다 따라 하는 문화덕일까?
재생센터에서 벗어나서 걷다가 보니 나태주 시인과 관련된 동네가 나왔다. 나태주 시인 역시 공주에서 유명 인사였다. 최근 집값이나 땅값이 오르면서 지방에 핫한 곳에 카페나 음식점들이 모여서 인기명소를 꾸리는 곳들이 잦아졌다. 지금 살고 있는 수원의 행궁동 역시 젊은이들이 하나둘 카페를 조성하고, 음식점 등이 생기면서 '행리단길'이라는 곳이 조성된 것으로 안다.
지방에서 일을 하는 것 중 가장 쉬운 게 결국 카페나 음식점 등과 같은 자영업일지도. 자영업을 하게 되면 나는 라면가게라도 하고 싶은데. 한국에선 라면가게 해서 돈 벌어먹고살기 힘들겠지?
그 외에도 공주에서 유명한 자연미술관으로 향했다.날이 덥지만 않으면, 아이들과 함께 자연 내에 위치한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다. 곳곳마다 아기자기하고 의미 있는 여러 작품들이 많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돌아다녔다.
입장권 오천 원인데 아깝지 않다.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오르락내리락 자연 속 미술작품들을 바라보는 것에 더해 자연 그 자체로도 황홀해진다.
택시를 오고 가며 지도에 자꾸 강이 떴는데, 알고 보니 그 유명한 금강이었다.
금강이 흐르고, 산이 있는 배산임수의 완벽한 지형이라니. 금강이 참 예쁘게 흐르고 있던 공주.
공주는 한정식이 맛있다고 했다. 이것도 투어 해주시는 분 피셜이다. 그리고 저 청국장 한상차림은 내가 먹어본 밥 중 제일 정갈하고 정성스러움이 느껴졌다. 감탄하며 먹었다. 저게 만오천 원. 물가 무지막지하다.
오전투어 끝.
오후에는 공주 시티투어를 신청했다.
투어가 다양하다. 사실 투어해주시는 분 말마따나 공주는 유적지에 가려진 숨은 명소들이 많다. 하루는 투어코스로 하루는 시내 곳곳을 다니는 코스도 추천이다. 알고 보니 투어버스를 이용하더라도 결국엔 고마열차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것이었다. 가족단위가 아니라면 고마열차만 예매해서 이동하는 것도 좋을 테다.
고마열차는 정말 지역색을 담은 공주만의 특별한 기차이다.
투어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투어를 해주신 가이드분과의 대화였다. 가이드분은 고향이 공주이고, 자신이 일해온 곳도, 살아갈 곳도 공주라고 하셨다. 공주에서 사시는 것은 어떠냐고 여쭤보니, 공주는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서로의 집안 사정도 다 아는 곳이라고 했다. 토박이로 자라오신 분들은 서로를 거의 다 알고, 소문도 빠른 편이라고 하셨다. 그러다 보니 살면서 모두를 안다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어려운 일이라고 하셨다. 공주도 젊은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사업들을 하지만, 역시나 젊은이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지역에 갈 때마다 듣는 소리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들.
공주의 도시재생사업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상 깊은 점이었다.
한편으론 사람의 때가 탄 자연곳곳이 인위적이기도 했으나, 옷을 입지 않으면 그 옷도 결국상하는 것처럼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은 상하는 것이려나?
그럼에도 공주는 자연을 존중하면서도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자 노력한 흔적들도 많았다.
집에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걸어가는데 다리 위로 보이는 지는 해가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