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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누피 Jul 04. 2024

12. 여유를 가질 여유


오늘 아침엔 비가 왔다.

자전거를 탈 수 없어, 걸어가야만 하는지라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요즘엔 당최 듣고 싶은 노래도 없어서 마냥 걷자니 심심했다.

결국 잘 때나 듣는 '책 읽는 자작나무'라는 유튜버가 읽어주는 책 내용을 들으며 갔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김지광 작가의 책이었다.


"모두가 행복을 원하지만 여전히 타인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가야 하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방향을 잃지 않는다.

더 이상 타인의 갈증을 채우지 말고,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한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세뇌당하듯 살고 있지만

정작 무엇이 진짜 실패이고 성공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이 다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만의 꿈과 소명을 향해 나아가길 소망한다."



혼란과 불확실함 속에서도 요즘엔 그 고민 자체로도 충분하다.

마치 비어있던 곳이 채워져 가는 기분이다.

좋은 일이 없어도, 쉽게 털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인생을 늘 희망, 기쁨, 소망과 같은 좋은 것들만 채워놓길 원한다.

갑자기 조금의 안 좋은 일이 생겨도 '나한테 이런 일이 어떻게 생길 수 있지?'라며 좌절한다.

그러나 삶은 원래 그런 것이며,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 넘기면

삶을 사는 일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얼마 전 만난 전 직장 사람들이 나를 보며, 그래도 여유로워 보인다고 했다.

그런 척을 한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딱히 그랬던 것은 아니었는데도

여유로워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는 말까지 들었다.

사실 내 상황과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으나, 이전만큼 쉽게 상황과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이겨내면 될 거야, 이겨 낼 수 있어'라는 생각은 든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삶을 쫓아서 남들처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가치한 일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중이다. 여전히 짧은 생각과 고쳐야 할 것 투성이지만, 스스로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길을 놓치지 말아야지, 잘 가고 있어!라고 격려할 수준은 되는 것 같다.

그 깨달음 이후에 앞으로 살면서 선택하고 결정할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여전한 고민은, '자신만의 꿈과 소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다.


누군가 나에게 말한 것처럼 서울의 바쁜 일상을 떠나 이곳에 와서 갖게 된 시간적인 여유가 내 마음이나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과 선택이 최악이 아닌, 최선이었을 테다.


순간의 크고 작은 선택들이 좋았던, 그렇지 않았든 간에 당장에 좋지 않았던 선택들도

먼 훗날 돌이켜보면 좋았던 선택이었으리라 다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니 크고 작음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처럼 삶을 채워갈 수 있는 무언가 들을

차근차근 쌓아갈 수 있으면 한다.

이러다가 갑자기 다 싫어! 하거나, 부정과 긍정 그 모호한 경계를 오가는 중이긴 하지만.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길에 꽃이 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꽃을 보고 지나치지 않을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해지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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