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즐거웠어요
앞선 편에서 밝혔듯 저는 IT 지식이나 스펙이 전무한 상태에서 IT 스타트업에 입사하였습니다. 일련의 입사 전후의 과정을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꽤 많은 분들이 면접 노하우나 고민을 남겨주시더라고요. 이 질문들을 보며 마인드셋에 대한 글을 꼭 남겨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본문 하단에 포트폴리오/자소서 무료 공유 링크도 남겨두었습니다)
저는 입사 후에 면접관 A님을 찾아갔어요. 왜 저를 뽑았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때 나눈 대화가 아직 기억나요.
면접관 A : 그때 지원서가 200개 넘게 들어왔었는데 제가 휘자님과 면접 보고 ‘얘는 상위 1%다. 반드시 데려와야 된다’ 라고 말했었어요.
나 : 저 그때 대학원을 막 뛰쳐나왔을 때라 별다른 스펙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면접관 A : 다른 지원자들과 다르게 이 일이 무슨 일인지 알고 지원했구나 싶었거든요.
저를 좋게 봐주셨다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무엇이 나를 돋보이게 했는지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아요. 이번 편은 ‘어렴풋이 느낀 그것’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우선 앞서 밝혔듯 저는 역사를 전공한 문과생입니다. IT 지식이 전무해요. 코딩, 개발은 차치하고, 엑셀 스킬도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아직도 잘 못함^^;) 그런데 뭣도 없던 취준생 시절에도 ‘스킬은 일 하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분명 이런 스킬들이 업무에 도움이 되겠지만 함수 한 두 개 잘하는 게 일의 본질은 아니잖아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세팅은 ‘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일하는 내가 어떤 사람이길 바라는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를 내 언어로 정의해보는 것입니다. 다소 뻔한 말인가요? ㅎㅎ 하지만 막상 물어보면 답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지금 당장 현업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이야기해도 답하지 못하거나 얼버무리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더욱 모호한 질문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은 답을 내보아야 하는 주제입니다. 시간을 내어서 나의 언어로 답변과 결론을 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것이 우선되어야 지원하려고 하는 회사를 찾을 때에도 나의 기준이 생기고, 면접관 앞에서도 진솔한 ‘진짜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담대함이 생겨요. 무엇을, 왜 하고 싶은지 스스로 설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력서 한 줄 더 만드는 것 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지’ 근거가 생기면 자소서에서든, 면접관 앞에서든, 할 말이 아주 많아집니다. 왜 이 일을 선택했는지, 어떤 경험을 기대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것을 더 배워보고 싶은지… 저는 면접볼 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면접 보는 시간이 즐겁더라고요. 더 물어봐주면 좋겠고, 제가 기다리던 질문이 나오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어요.
이런 열정과 에너지는 당연히 상대에게 전달됩니다. (실제로 들었던 말) 스타트업에서는 대부분 실무자가 면접을 함께 봅니다. 즉 지원자와 가까이에서 일할 사람이 나를 평가하죠. 일에 대해 신나서 이야기하는 사람과 어려운 질문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 중에 누구를 함께 일할 ‘나의 동료’로 삼고 싶을까요?
건강하게, 오래도록 ‘폼’을 유지하며 일하는 분들은 일에 대한 자신만의 일 철학, 가치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일의 본질에 대한 고민입니다. 의외로 이 지점이 끊겨있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귀찮더라도, 할 말이 없더라도 이 기반 작업을 놓치지 마세요. 절대 의미없는 질문이 아닙니다. (일이 힘들어질 때 나를 지탱해주는 기반이 됨)
일에 대한 가치관이 생기면 이게 가능해져요. 일과 직무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x)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방향에 맞는 직무를 찾아 지원하는 것(ㅇ). 이 순서 차이가 핵심입니다.
얼마 전까지 공부하던 대학생이 취준생이 되었다고 해서 없던 스펙이 생길 순 없습니다. 애초부터 하고싶은 바가 명확했다면 좋겠지만, 저처럼 갑자기 방향이 바뀐 분들도 많을 거예요. 합격의 당락을 가른 건 최소한의 직무 핏과 ‘지원 동기’입니다. 잘 쓴 ‘지원 동기’ 하나가 열 스펙 부럽지 않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저의 경우를 말씀드릴게요. 26살에 갑자기 대학원을 뛰쳐나왔고, 작은 광고대행사 인턴이 되었어요. 고객사의 SNS 채널 운영을 담당하는 일이었는데 고객사가 원하는 걸 주면 이후의 성과를 함께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 아쉬웠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지’ ‘더 잘할 수 없는지’ 피드백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끊기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래서 이 다음엔 (1) 내 일처럼 할 수 있는 ‘인하우스’ (2)성과를 끝까지 책임지고, 개선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3) 숫자, 데이터 등 명확한 평가 기반으로 일에 대한 평가를 명확히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이후 정말 그런 일을 찾게 되었어요. 이 기준이 잡히니 수많은 기업과 직무 속에서 저만의 선택지가 추려졌습니다. ‘내가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먼저 생기자 면접을 볼 때도 여기서 어떤 일을, 왜 해보고 싶고, 어떤 식으로 시도해보고 싶은지 할 말이 많아지더라고요.
이 글을 보시는 대학생/취준생이 계시다면 이력서 쓸 때 지원동기나 ‘WHY’를 허겁지겁 만들어내지 마시고, ‘먼저’ WHY를 만들고 → 경험해보고 싶은 직무/부트캠프/강의 등을 찾는 순서로 가져가 보세요. 이 한 끗 다른 지점이 나 스스로에게도 실행력을 만들어주는 강력한 동기가 되고, 타인에게도 내 이야기를 설득시키는 근거가 될 거예요.
+) 마지막으로 당시 썼던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무료로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취준생 시절에 합격 포트폴리오 구하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참고하고 싶거나 궁금하신 분들은 (1)아래 구글폼에 메일 주소 입력 후 (2)완료 댓글 남겨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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