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함과 낯설음의 경계

정말로 정말로 어쩔 수 없다면 착한 치매로...

by 나홀로 후키맘

치매는 한국이나 서양이나 인구의 노령화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걸리기 쉬운 질병이고 한 번 걸리면 점차로 악화되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양은 일찍부터 자녀들이 독립해서 나가고 이웃 간의 교류나 지역 간의 이동도 쉽지 않아서 노인들이 일찍부터 부부끼리 또는 홀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너무나 단순하고 조용한 일상생활 때문인지 몰라도 치매 환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듯하다.


사실 뉴질랜드는 주거지나 생활비 보조 등의 노인 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의료 시스템 중 치매에 관해서는 그저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일단 노인들이 병원에 가는 게 쉽지 않고 치매 환자를 위한 주야간 보호 시설이 따로 없다. 또 본인이나 지인의 신청 없이는 정기적인 사회 복지사들의 방문도 없다. 그래서 혼자서 아무런 조치 없이 샤워 등 기본적인 서비스만 받으면서 지내다가 마지막으로 모든 노인들이 절대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치매 환자용 요양 시설로 옮겨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만났던 치매 환자들은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아주 순한 착한(?) 치매와 분노로 가득 차고 공격적인 나쁜(?) 치매가 있다.( 착한 치매, 나쁜 치매란 표현은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표현입니다)


젊은 시절에 암 분야 전문의사였었고 피아노, 바이올린 등 음악적인 분야에 까지 조예가 깊었던 C 는 멈춰 버린 손목시계를 3 개씩 차고 집 안에서도 속 옷이나 칫솔 등을 숨겨둔 핸드백들을 들고 다니고 인형을 애지중지 품에 안고 있다. 냉장고 문을 열 줄도 몰라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먹지 못 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옷을 벗고 입을 수도 없다. 하루 종일 뭔지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타인의 이야기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그녀는 샤워할 때 상대방이 자신의 큰 키 때문에 힘들어할까 봐 다리를 구부려 주고 항상 고맙다는 말을 한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매일 사용해왔던 포크와 나이프의 사용법을 잊어버려서 식사를 못하고 있을 때 너무나 안타까워서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을 다시 한번 알려 주고 시범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을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게끔 잘게 썰어 주고 주제가 뭔지 모르는 이야기에도 맞장구를 쳐주고 가끔씩 간식거리도 챙기게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젊은 시절에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선교사 생활을 했었고 현재는 정부 주택에 살고 있는 영국 출신 E 와 사설 요양원에 사는 B는 모든 서포트 워커들이 방문하기 싫어하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노인들이다.

이들은 누군가 방문을 하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모든 서비스를 거부하고 뭐든지 집어던지고 노인 주택의 이웃들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았었다.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눈 빛이 악하게 변하기 시작하면 서 행동이 공격적이고 거칠어지면 정말 ’ 성악설’이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전담 워커를 구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서비스도 못 받는다. 또 요양원에서도 단체로 식사를 하게 되거나 행사를 진행할 때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이들을 되도록이면 참여시키지 않는다. 대책 없는 포악함과 공격성 때문에 조금씩 더 강한 안정제를 먹게 되고 외부와 점점 고립되고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치매랑 상관없는 노년 생활을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우리들의 부모님이나 지인들 그리고 우리들까지도 어쩔 수 없고 막을 수 없다면 도움의 손 길마저도 멀어지는 나쁜 치매보다는 조금이라도 순하고 착한 치매로~~~ 하는 맘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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