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질랜드에는 대단위 아파트 형태의 리타이어먼트 빌리지(노인 아파트)가 유행처럼 여기저기에 세워지고 있다 친인척이나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살고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동양인들에겐 모든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진 노인 빌리지가 가장 안정된 주거지일 것 같지만 의외로 노인 빌리지에는 동양인들은 거의 살지 않는다. 아니 살기가 쉽지 않다.
"나 이 옷 입을까? 저 옷이 나은가? 화려해야 하는데... 이젠 새 모자가 없으니까.. 옷이라도 화려해야 할 것 같아"
" 오늘이 무슨 날인데? 누구 생일인가?"
" 아니 오늘 멜버른 컵 대회 결승전 날이야.. 오늘 모두 강당에 모여 응원하기로 했어.. 나도 2 불 걸었어.."
평상시에는 항상 검소한 옷을 입는 m 이 아침부터 이 옷 저 옷 꺼내 놓고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한다.
멜버른 컵 경기는 1861 년부터 열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 경기로 매년 11 월 첫 째 주 화요 날 오후 3 시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한다. 이 날이 되면 호주 여인들은 한 껏 멋을 내고 평소에는 쓸 수 없는 화려한 모자들을 쓰고 나타난다.
이곳 빌리지에서도 매년 노인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모두 모여서 tv의 생중계를 보면서 와인 한 잔씩을 들고는 본인이 돈을 건 말을 응원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Melbourne Cup 2020 horse Anthony Van Dyck dies / news.com.au https://www.youtube.com/watch?v=Z2B3VcfmHbE
멜버른 컵 관람이 연중행사라면 매달 또는 시즌별로 영화 상영이 있는데 영화 내용 역시 영국 스타일의 오래된 영화들이 많고 거의 항상 외부인들을 초청해서 영화에 대한 대담을 나누거나 영화와 관련된 음식을 먹거나 한다.
뉴질랜드의 자부심인 올블랙 럭비팀이 경기를 할 때는 노인들도 모여서 응원을 하는데 이때 몇 명씩은 꼭 올블랙 팀 색깔인 검은색 옷을 입고 모이기도 한다.
그 외에 영국 웨일스 지방의 포크송 가수를 초대해서 같이 노래를 하고 영국 등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의 강연을 듣기도 한다. 물론 중국이나 한국 교회 등에서 와서 전통 춤이나 노래를 불러 주기도 하지만 정규적인 행사로 자리 잡지는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요즘엔 모든 발리지에서 크리스마스 디너파티를 개최한다. 이 날 이들은 되도록이면 빨간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옷과 함께 산타 모양의 귀걸이 등 장신구를 하고 모여서 밴드를 불러서 캐럴을 부르고 행운권 추첨도 하고 코스 요리를 먹으면서서양에선 가장 크고 의미 있는 명절을 즐긴다.
빌리지 안에서 제공되는 음식 역시 이름도 낯선 서양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음식뿐 아니라 거의 모든 행사가 아직까지는 서양 문화 위주로 진행이 되는 편이서 빌리지에는 한국을 포함해서 다른 동양 노인들, 특히 이민 역사가 오래되어서 영어가 전혀 문제없는 중국 노인들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의외로 빌리지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잘 소통하려 하지 않는데 이는 이들이 친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마도 본인들도 몸이 힘들고 서로 귀도 잘 안 들리고 무엇보다도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같이 공유하고 싶은 젊은 날의 추억 거리가 없는 동양 노인들까지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