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함과 낯설음의 경계

하루 종일 뭐하고 지내????

by 나홀로 후키맘

"그 나라 노인들은 하루 종일 뭐하고 지내? 심심해서 못 살 것 같은데...."


지금은 코로나로 인하여 사정이 많이 달라졌겠지만 한국의 노인분들은 지하철을 타고 종점에서 종점으로 왔다 갔다 하시기도 하고 여기저기 시장 구경도 하시고 교회나 구청 등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도 하고 컴퓨터나 핸드폰 등도 하고 친구분들끼리 만나서 놀러도 다니시고 하시면서 하루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서양 노인들은 어떻게 보낼까? 이들은 비교적 혼자라는 생활에 익숙한 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디를 나가고 싶어도 대중교통편이 여의치 않은 현실 때문에 행동반경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닌 듯하다.


서양 노인들은 일단 아무것도 안 하고 1 인용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다. 이들은 혼자서 심심해도 남의 집을 잘 방문하지는 않고 꼭 미리 방문한다는 노티스를 준 후에 방문을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10여 년을 넘게 노인 빌리지 아파트에서 바로 서로 옆 집에 살고 있는 M과 J 은 친한 친구 사이이지만 서로 집을 방문했던 경험은 총 열 번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tv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아서 그런지 한국에서 처럼 TV 시청을 많이 하지는 않고 라디오를 즐겨 듣고 cross word를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보는 경우가 많다. 또 아직까지 핸드폰은 노인들에겐 낯선 기기이어서 거의 모두 일반 전회를 통하여 가족이나 친구들과 긴 통화를 한다.

물론 집안일도 하지만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그저 말없이 의자에 앉아서 창 밖을 내다보면서 졸기도 하면서 보낸다.


이민 초창기에 노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살았었는데 집을 오갈 때마다 항상 누군가가 창문을 통해 우리를 바라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었던 기억이 있다.

다음으로 이들이 시간을 많이 보내고 좋아하는 것은 가드닝(정원 가꾸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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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돌아 봄 온통 초록색인데도 이들은 자신 만의 가든에서 풀을 뽑고 계절마다 다른 꽃들을 심고 화단이 없으면 집 안에 화분을 키우거나 꽃을 꽂는다. 나이가 들어 힘에 부치면 정원사를 고용하여 가든을 가꾸고 항상 가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식물들을 파는 가게들이 비교적 주택가 근방에 있고 이 가게들 내부에는 카페가 있는데 이곳은 아주 인기 있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서양 노인들이 개인 주택에서 리타이어먼트 빌리지 등으로 이사 가는 것을 꺼리는 이유 중 하 나가 개인용 가든이 없다는 것이다.

가드닝만큼 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새한테 모이를 주는 일이다. 이곳은 식당 등에도 새들이 들어와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서양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남아프리가 공화국서 온 B는 조금 저렴한 토스트 빵을 사서 매일 아침에 한 봉지씩의 빵을 두 어 시간 동안 손으로 잘게 찢어서 더운물에 담갔다가 정원에 뿌려주고 약간의 치매끼가 있는 E는 본인 정원 나무마다 매달려 있는 새 먹이통을 매일 아침에 귀리(porridge)를 가득씩 담아 놓는다. 그녀는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서 먹이통을 채우고 나면 오전 시간이 다 지난다.

이들은 매일 날아오는 새들을 일일이 다 구별하고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한다.

거리 두기로 외출이 어려워진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서 너무 심심하시다고 투정(?)을 하시곤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노인들이 마음대로 구경할 수 있는 시장이 있고 지하철과 버스 등 공공 교통 시설이 엄청나게 잘 되어 있고 길 가에 나서면 사람들 구경을 할 수 있는 한국의 노인들은 정말로 축복받으신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나저나 가드닝엔 전혀 소질도 관심도 없고 영어로만 나오는 라디오는 피곤함이 몰려와서 오랜 시간 듣지 못하고 영어 cross word는 한 라인 이상 맞춰 본 적이 없으며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것은 여행에 가서나 한 번 해볼까 하는 나는 앞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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