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현재 나와는 가장 많은 시간을 나누고 있는 꼬장꼬장한 키위 ( 뉴질랜드 사람들을 키위라고 한다) 할머니인데 항상 조용한 편이었던 그녀가 편지함에서 봉투를 하 나 꺼내 보고는 흥분하며 어찌할 줄을 몰라하셨다.
한눈에 봐도 여느 메일 봉투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게 재질이 좋아 보이는 두툼한 봉투에는 영국 왕실 관련 직인이 찍혀 있었는데 봉투를 열어 보니 바로 그녀가 제일 존경하고 좋아하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온 100 세 축하 카드가들어 있었다.
앞 면에는 영국 여왕의 환한 사진이 있고 안에는 축하 메시지와 함께 그녀의 싸인이 있는 아주 멋 진 카드이다.
12 월 13 일로 100 세(한국 나이로는 101세)가 되는 그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여왕님의 카드가 오지 않을까 봐 매일 편지함을 살펴보면서 전전긍긍했었는데 그래도 생일 전에 카드를 받아서 그녀 자신은 물론 오는 방문객 들한테 축하와 부러움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그녀보다 나이가 조금 적은 지인들은 본인들도 여왕님이 보내주는 축하 카드를 받고 싶은데 90 이 넘은 여왕님의 나이 때문에 본인들은 찰스 왕세자나 그의 아들 윌리엄 왕세자한테 오는 카드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냐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K는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로 젊었을 때는 오클랜드의 가장 중심가인 퀸 스트리트에서 본인의 옷가게를 열었던 워킹 우먼이었다.
그녀는 고령의 나이에도 방 두 개의 크지 않은 본인의 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매일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서 씻은 다음엔 꼭 화장을 하고 스커트와 블라우스로 갈아입는다.
어느 날 조금 일찍 찾아가니 화장이 끝나지 않았다고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할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그리고는 잉글리시 티랑 토스트 한쪽을 먹은 뒤 침대 정리를 하고 매일 배달되는 신문을 읽는다.
항상 정확한 시간에 티타임을 갖고 식사를 하고 월요일엔 가드닝, 화요일엔 잠옷 등을 손으로 빨고 수요일엔 헤어 드레서가 와서 머리를 감고 난 후 그 타월들을 빨고 목요일엔 침대 시트를 갈고 금요일엔 쇼핑리스트를 정리해서 쇼핑을 부탁하고 토요일엔 일상 빨래 , 일요일에는 화장실을 청소한다.
그러다 보니 온 집안이 항상 반들반들하고구석구석 어느 것 하 나 흐트러짐이 없다.
100 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은행, 병원 일들도 전화로 혼자 처리하고 꼭 팔요 할 때만 도움을 청한다.
그런 그녀가 여왕의 축하 카드 한 장에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조금은 놀래기도 하고 의아해하기도 하고 있으려니 그녀의 지인들은 겉모습이 약긴은 다른 내게"너도 뉴질랜드 시민권 자니까 나중에 100 세 되면 영국 왕실로부터 축하 카드 받을 수 있을 거야.."라며 추켜 세운다.
그런데 난 이제 막 떠밀려 발을 걸치게 된 것 같은 '노년'이라는 단어가 아직까지도 낯설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100 세라니!!!...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변할 찌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oh.. no!.., 영국 왕이고 여왕이고 다 필요 없네... 100 세 라니... 그건 너무 많은 것 같아..'라고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