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 3개월짜리 계획 세우기

by 장용범

백일몽은 나에게는 비록 현실적이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누리기도 하는 것을 상상하며 현실도피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내가 재벌이라면, 내가 BTS 멤버라면 처럼 실제로 누군가는 누리고 있는 삶에다 자신을 투영하는 심리적 도피 상태이다.

최근 대학 졸업반인 딸아이가 어느 스타트업 회사에 인턴으로 가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도 본인이 앞으로 취업하고자 하는 금융분야는 아니기에 이런저런 생각이 좀 있어 보였다. 취업준비를 위해 4학년이라는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코로나 시국이니 차라리 1년정도 휴학을 하고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것도 고려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20대가 되면서 가능하면 아이들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경험에서 비롯된 내 의견은 들려주는 편이다. 어제는 꿈을 이루는 두 가지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나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우화에 빗댄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던 내용이었다.

어떤 사람이 진귀한 보물을 찾고 있는데 소문에 듣자니 먼 나라에 그런 보물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짐을 꾸려 그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중간에 폭풍우도 만나고 사막에서 헤메기도 하면서 어렵사리 그 나라에 도착해 자기가 찾는 보물이 있다는 사람을 찾아 갔다. 정말 그는 자신이 원하던 보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요구하는 가격이 수중의 돈으로는 구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주인에게 반드시 다시 돌아올테니 보물을 딴 사람에게 팔지 말라며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있는 재산을 모두 처분해 돈을 마련하고는 그 보물을 사러 다시 그 길을 떠났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보물을 손에 넣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또다른 이야기는 이러하다.
어떤 농부는 한 평생을 지주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었다. 열심히 일은 했지만 삶은 늘 팍팍했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그 땅에서 오랜기간 농사를 짓고 있었다. 어느날 괭이질을 하는데 덜거덕 소리가 나기에 뭐지 하고 파보니 커다란 보물상자가 묻혀 있었다. 그는 다시 그 상자를 조용히 묻어 두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 가진 전 재산을 처분해 지주에게 가서 자기가 농사짓는 땅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지주는 농부가 가져온 돈을 받고서 그 땅을 농부에게 팔았다. 농부는 그제서야 보물을 다시 파서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두 가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룬 경우지만 방식이 좀 달랐다. 누군가는 원하고 바라는게 너무도 분명해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는 경우가 있지만 또 어떤 이는 그냥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가다가 보물을 만나 꿈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뭐가 좋고 나쁘다를 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인생이 그런 것 같다. 나의 20대는 전공에 맞추어 가고자 했던 대기업이 있었다. 그것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하며 나아 갔는데 이런저런 사유로 그 목표는 실현되지 못했다. 그래서 잘못되었는가 하면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생겼고 그간 준비했던 것으로 현 직장에 취업이 가능했다. 비록 처음에 내가 원하고 바라던 바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나은 상황이 된 것이다.

자신의 꿈이 뚜렷한 것도 좋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사람은 드문것 같다. 오히려 현실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어떤 기회도 잡게 되고 거기서 또 한 단계 올라가니 또다른 기회가 열리는 방식으로 인생이 풀리는 경우가 더 많다. 이야기로 치자면 두 번째 농부의 경우처럼 말이다.

아이에게는 3개월 단위로 계획 세우기를 권했다. 3개월은 뭔가 눈에 보이는 목표를 달성하며 가기에 딱 적합한 기간이다. 우리는 안개가 짙어 앞이 보이지 않을때는 한 발 한 발 가까운 거리를 보며 걸어간다. 지금이 그런 시기이다. 3년은 고사하고 1년후가 어찌될지 감을 잡을 수가 없는 시기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아가되 3개월 단위의 계획이나 목표를 세워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가는게 효과적일 것 같다. 2021년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은 참 고달파 보인다. 가끔은 백일몽을 꾸며 심리적 도피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은 엄연한 현실이다.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조금씩 해 나가는 거다. 산다는 건 어지보면 아주 쉬운 일이다. 아침에 눈만 뜨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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