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내 마음속의 원숭이

by 장용범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말은 좀 이상하다. 너에게 내가 간다는 말이 맞을 것 같은데 왜 이런 언어유희적인 말이 나왔을까. 장정일의 소설을 모태로 한 영화 제목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내용 보다는 제목만 기억에 남아 있다. 너에게 나를 보낼 때 주체는 누구일까. 나를 보낸 그 주체를 찾는 일이 수행승들이 선방에서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 속의 원숭이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이란 잠시라도 가만 있지 못하는 속성이 있다. 잠시 눈을 감고 앉았기라도 하면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생각들이 일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거기에 이끌려 다니지 않고 코끝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호흡 명상법이다. 한 생각이 일어나면 ‘몰라’ 또는 ‘괜찮아’ 라며 호흡으로 다시 돌아오라는 것은 홍익학당 윤홍식의 명상 가이드 인데 직접해 보니 효과가 있다.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명상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리 단순하지 만은 않다. 생주이멸은 생각이나 감정의 일생이다. 생겨났다 잠시 머물고 멀어지다 사라지는 과정의 반복이다. 인간은 뭔가를 하지 않고 가만 있으면 심심해 한다. 심심하니 무언가를 한다. 이왕이면 좀 더 짜릿하고 쾌락적인 것을 하고자 한다. 실험 쥐의 쾌락을 느끼는 뇌 중추에다 전극을 심고 외부의 단추를 연결했다. 쥐가 그 단추만 건드리면 즉시 쾌락을 느끼도록 설계한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 쥐는 먹고 자는 기본적인 것도 마다한 채 오직 버튼만 눌러 쾌락에 탐닉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으로 치면 마약에 찌들어 점점 무너지는 모습과 다름 아니다.

인간이 숫자나 문자를 발명한 것은 불과 만 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 이전 인류가 출현한 이래 수십만 년 동안은 그저 다른 동물들 처럼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지구상의 미미한 존재에 불과했고 그의 뇌 구조는 그렇게 진화 형성되어 왔다. 빙산의 일각이라 하지만 실제로 바다 위에 드러난 작은 이성의 모습보다 훨씬 큰 감정이라는 것이 수면 아래 깊게 잠겨 있는 셈이다. 가끔 누구보다도 이성적일 것 같은 사회 저명인사들이 감정 본능 때문에 한 번에 무너지는 모습들을 자주 본다.인간은 이성보다는 본능적 감성에 훨씬 더 지배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새벽녁에 조용히 글을 쓰고 있으면 이 시간이 참 소중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참 생각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된다. 어떤 제자가 성철 스님에게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푸념하자 공부하는 방법으로 수좌오계를 알려 주셨다. 첫째 3시간 더는 자지 말고, 둘째 아무 얘기 하지 말고, 셋째 책을 보지 말고, 넷째 간식하지 말고, 다섯째 돌아 다니지 말라. 수행승 뿐만 아니라 중생에게도 참 지키기 어려운 지침이지만 그래도 좀 변형해서 이리 적용해 보면 어떨까 싶다.
첫째 잠을 너무 자지 마라, 둘째 말을 좀 줄여라, 셋째 책이나 영화 등 접하는 콘텐츠의 양을 줄여라, 넷째 적당히 먹어라, 다섯째 너무 돌아 다니지 마라. 새삼 사람이 저리 살면 무슨 재미로 살까도 싶지만 마음공부는 많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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