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과의사가 된 화타’라는 웹 소설에 빠져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그 화타라는 의사가 민호라는 인턴의 몸에 빙의되어 어려운 외과 수술을 척척해낸다는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스토리이다. 그런데 이게 은근히 중독된다. 휴대폰으로 한 편씩 넘기다 보면 어느새 캐시 충전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그리고 마케팅도 기가 막힌 게 비록 3시간마다 연재 한 편을 무료로 제공해 주지만 스토리가 너무 감질맛 나서 기어이 캐시를 구입하고 마는 가격 정책이다.
작년에 '웹 소설 작가 되기'라는 강의를 들은 터라 웹 소설의 스토리가 어떠해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이 기존 소설의 틀을 완전히 무시하는 현대판 무협지 같은 소설이다. 대표적인 특성 하나가 주인공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 슈퍼맨 같은 사람이어야 하며 화려한 삶을 살아야 하고 결말은 반드시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스토리에 돈과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게 좀 아닌 것도 같지만 이어지는 스토리가 궁금해 이내 다시 펼치게 된다. 언젠가 나도 웹 소설을 써 볼 참이니 읽는 게 당연하다는 자기합리화도 하면서 말이다.
유튜브 같은 영상 콘텐츠가 난무하는 세태에 출판 시장은 불황을 겪고 있지만 유독 웹 소설이나 웹툰 시장은 활황을 보이고 있다. 이들 장르의 특징 중 하나가 평소 현실에서 상상하던 일을 주인공을 통해 은접 실현하면서 자신은 대리만족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돈을 벌어도 수백억 원을 벌고, 주인공과 만나려고 미남미녀들이 줄을 섰고, 대기업 회장이나 장관까지도 그 앞에 쩔쩔매는 상황을 그려준다. 그리고 웹소설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카타르시스를 주어야지 조마조마한 상황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문학적 가치 보다는 철저하게 대중의 취향에 맞춘 웹 소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평소 꿈꾸던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어서인 것 같다. 게다가 모빌리티의 세상으로 바뀐 독서 환경도 무시 못하는 게 누구나 지닌 휴대폰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다. 웹소설은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는 구할 수 없고 오직 앱으로 유료로만 접할 수 있는데 이런 이유로 소설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