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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결국은 해피엔딩

by 장용범 Jan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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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처음 이 문구를 접한 것은 어느 책 제목에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우울 증상이 있던 어머니를 모시고 세계 일주를 한 아들의 여행 기록이었는데 처음엔 그저 희망에 불과한 선언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받는 긍정적인 힘이 느껴져 ‘결국은 해피엔딩’을 나름 요긴하게 쓰고 있다. 사람의 인지적 사고는 자신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핑크 대왕 퍼시>라는 동화를 소개한다.


핑크 대왕 퍼시는 광적으로 핑크색을 좋아하여

옷뿐 아니라 모든 소유물,

먹는 음식까지도 핑크 일색이었습니다

성 밖에 핑크 아닌 다른 색들이

수없이 존재하고 있어 만족할 수 없었던 핑크 대왕은

백성들의 모든 소유물도 핑크로 바꾸게 했어요

그래도 나무, 풀, 꽃, 동물 등 세상에는 아직

핑크가 아닌 것들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이 모든 것들도 핑크색으로 염색하도록 명령했답니다

드디어 세상의 모든 것이 핑크로 변한 듯 보였으나

단 한 곳, 바로 하늘은 핑크로 바꾸지 못했어요

제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도

하늘을 핑크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던 핑크 대왕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스승에게 방법을 찾아내도록 했고 밤낮으로 고심하던 스승은 마침내 묘책을 찾아냅니다

핑크 대왕은 스승이 준비한 안경을 끼고 하늘을 보자

구름과 하늘이 온통 핑크색으로 변해있었어요

스승이 준비한 핑크빛 렌즈를 끼운 안경 덕분에

핑크 대왕은 매일 핑크 안경을 끼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사람들은 자신만이 지닌 유전적 특질, 경험과 지식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핑크 대왕 퍼시>처럼 자신만의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는데 익숙하다. 그것을 사고의 프레임이라고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첨예한 정치 갈등도 예외는 아니다.


나에게 닥친 일들을 대할 때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프레임은 유용할 때가 많다. 사람이 살면서 어찌 좋은 일만 있을 것인가. 그렇다고 불행만으로 이루어진 삶도 없다. 늘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게 인생인데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프레임은 오늘을 살아가는 마음에 여유를 주는 것 같다.


성공도 그렇다. 20-30대 느꼈던 성공과 40-50대 느끼는 성공이 다르고, 60대가 보는 성공이 또 다르다. 20-30대가 보는 성공은 돈과 지위로 단일화되는 면이 있지만, 40-50대의 성공은 자녀의 성적, 사는 집, 직장 내 직위, 투자 등 상당히 구체적인 걸로 대체된다. 그러다 60대가 되면 이제 사회적 성취는 큰 의미가 없어지고 건강이나 안정된 노후, 행복한 가족관계 등 보다 개인적인 요소에 초점이 맞춰진다.

인간은 의미 없는 삶을 힘들어한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프레임은 오늘 내가 마주하는 일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말처럼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살아가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프레임을 쓰고 나의 일을 대한다. 이제는 예측보다는 대응의 시대라고 한다. 오늘날 세상은 변화가 워낙 다양해 예측이 불가하니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적절한 대응으로 적응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스에게 누군가가 왜 의견을 자주 바꾸냐고 묻자 “사실 관계가 달라지면 저는 제 생각을 바꿉니다”라고 답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자신의 생각에 세상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사람들로 인해 일어나는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보고 적절히 대응하되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좀 넉넉한 마음을 품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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