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데 트리뷔노

몽생미셸 가는 길 52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카페 데 트리뷔노


보통 도심의 광장은 시청사 주변이다. 아니면 대성당 앞마당이 도심에서 가장 번잡한 곳이다. 하지만 디에프는 사정이 다르다.


몇 번을 오가면서 깨달은 바로는 디에프의 중심은 시청사도 아니고 베르됭 대로도 아니며, 교회 앞 광장도 아니고 아이러니하게도 점심 식당인 카페 데 트리뷔노(Café des Tribunaux)가 있는 퓌살레 광장이었다. 퓌살레 광장에 비하면 생 레미 성당과 생 자크 성당 앞 광장은 오히려 한산한 분위기였다.


카페에 자리 잡고 앉으니 카페 상호가 왜 하필이면 재판소일까 궁금해졌다. 예전에 법원 건물이 근처에 있어서였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려 봐도 그와 유사한 건물은 찾을 수가 없었다.


광장 이름도 독특했다. 퓌(Puits)는 ‘우물’이란 뜻이고 살레(Salé)는 ‘짜다’란 뜻이니 아마도 광장 한가운데 있는 우물을 가리키는 듯한데 왜 짠 우물이라 했을까 다시 궁금증이 일었다.


138 Place Puits Salé.jpg 퓌살레 광장과 카페 트리뷔노


바닷가다 보니 우물 맛이 짜디짜서 그런 이름이 붙은 걸까? 샘물에 바닷물이 유입되지 않고서야 우물물이 짤 수가 있을까? 바다가 가까우니 물맛이 짜긴 짰던 모양이다.


카페 이름이 재판소인 건 왜 그랬을까? 종교재판이 광장 한가운데에서 있었던 탓일까? 아니면 왕정과 공화정을 되풀이하던 프랑스 역사에서 이곳 디에프 역시 수없이 재판이 벌어졌을 것이고 그 장소가 이쯤 되나 보다 싶었다.


노상 카페에 앉아서 도수 높은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다 보니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꽤 눈에 띄었다. 카페 양옆으로 뻗은 도로에도 행인들이 가득했다. 그 가운데 여행객들도 상당해 보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카페 데 트리뷔노가 있는 퓌살레 광장이 도심 가운데 제일 번화가였다.


점심으로 무얼 시킬까 한참을 메뉴판을 들여다보다 앙두예트(Andouillette)를 주문했다. 속을 다져 넣은 돼지 막창자 요리가 아내가 시킨 연어 요리만큼 맛있을 것만 같았다. 예감은 적중했다. 산뜻하게 감자튀김과 함께 나온 돼지 막창자 요리는 특유의 구린내를 제거한 탓에 맛이 일품이었다.


오랜만에 막창자 요리를 먹어보겠노라는 미감도 작용한 탓에 혀를 사로잡을 만큼 대단했다. 연어 요리도 간을 한 탓인지 밋밋하지 않고 짭조름한 맛이 입맛을 자극했다. 막창자 요리에 시원한 맥주를 더하니 한 끼 식사치고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음날에도 같은 카페를 찾아 같은 요리를 다시 시켜 먹었다. 역시 맛있었다. 이들 말로 세 트레 봉(C’est très bon)!


주위 사람들이 들고 있는 음식들은 바닷가 요리라 할 수 있는 홍합 요리가 대부분이었다. 그것도 맛있을 것 같았다. 요리 솜씨가 남달랐던 탓일까 식사 후 내내 기분이 좋아졌다.


한 끼 식사가 주는 행복감이란 이런 것인가 보았다. 기분 좋게 점심을 들고나니 생 레미 성당으로 향한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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