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 가는 길 54화
생 자크 성당은 예상했던 대로 문을 굳게 닫아건 상태였다. 개방시간이 짧은 탓에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기도 하였지만 커피 한잔한다고 예상보다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성당 안을 둘러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생 자크 성당은 생 레미 성당보다 4세기나 앞서 지어진 화염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의 걸작이라 손꼽히는 건축물이다. 12세기에 공사가 시작되어 16세기까지 4백 년간을 이어오면서 차츰차츰 돌을 쌓아 올린 교회는 여기저기 섬세한 마무리가 돋보이는 디에프가 자랑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돌 장식무늬가 마치 레이스 같다 해서 그 화려한 장관을 보려고 빅토르 위고까지 이곳에 들렀다 하니 화염 양식과 한데 어우러진 르네상스의 건축물은 백미 중의 으뜸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아름답다고 전해오는 교회 내진을 돌아볼 수 없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다만 교회 정면 조각상인 성 야고보 형제에게 교회 문이 스르르 열리게 해달라고 간청하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죄 많은 이에게 교회 문이 열리기에는 천부당만부당할 일이다. 한쪽 외롭게 서있는 종탑을 올려다보며 기나긴 세월 동안 공사를 이어간 석공들의 영혼은 얼마나 순진무구했을까 그들의 새까맣게 탔을 거무튀튀한 얼굴들이 시커멓게 그을린 성당 외벽을 올려다볼 때마다 묘하게 겹쳐진다.
그들은 작업을 단지 일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도하고 돌을 쌓고 다시 무릎 꿇고 기도하고 다시 돌을 쌓고 기적은 그들의 기도에 있었다. 그 기적이 하나하나 돌에 새겨져 단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는 우아한 건축물로 지금 내 앞에 우뚝 서있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자 사도 요한과 형제인 야고보는 흔히 대(大) 야고보라 불리는 인물이다. 제베대오의 아들인 야고보가 다른 사도인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동명이인이기 때문에 혼동을 피하고자 그렇게 부르고 있다.
야고보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먼저 순교를 당한 인물로 로마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기리는 순교자다. 성령강림 이후 다른 사도들처럼 야고보 역시 사마리아와 유대 지역에서 복음을 활발하게 전파하였으며, 이베리아반도(오늘날 스페인) 지역까지 순례를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서기 44년 예루살렘에서 그리스도인들을 탄압하던 헤로데스 아그리파 1세에 의해 체포되어 파스카 축일 전날 참수형을 당했다.
야고보는 프랑스 어로 자크이며, 산티아고는 에스파냐어 표기에 해당한다. 성서에 나와 있는 야고보의 행적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어느 날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께 하늘나라에서 자신들이 각각 예수의 오른편과 왼편에 앉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예수가 “너희는 너희가 행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구나. 너희는 내가 마시고자 하는 잔을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을 고난의 세례를 받을 수 있겠느냐?” 묻자 두 사람은 자신 있게 그렇게 할 수 있노라 대답했다.
이에 예수는 “죽음의 잔을 마시고 고통의 세례를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나의 오른편이나 왼편에 앉는 특권은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하느님께서 미리 정하신 이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형제의 야심에 분개하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르기를 “너희 사이에서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온 것이다”라고 훈계하였다. (마태오복음 20장 27-28절).
또한 야고보와 요한 두 형제는 예수가 예루살렘을 향하던 길에 자신들을 영접하지 않고 외면한 사마리아 사람들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내며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내리게 하여 그들을 불살라 버릴까요?” 하고 말했다. 예수는 그 말을 듣고 그들을 호되게 질책하였다. (루가복음 9장 54절).
야고보의 유해는 처음에 예루살렘에 안장되었으나 정확히 어디에 묻혔는지에 대해서는 행방이 묘연하여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던 중 9세기 즈음에 하늘에서 빛줄기가 내려와 숲 속의 한 동굴을 비추어 사람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야고보의 무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후 야고보의 유해는 에스파냐의 서북부 지역 갈리시아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장되었고 당시 국왕이었던 알폰소는 묘지 위에 대성당을 건축하게 하였는데, 150년에 걸쳐 완성된 교회가 바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이다.
하늘에 별빛이 나타나 성 야고보의 유해가 안치된 무덤을 가리켜 주었다고 해서 ‘별의 들판’이란 뜻으로 ‘캄푸스스텔라’라는 이름이 붙었고 나중에 야고보의 무덤 위에 대성당이 지어졌는데 ‘별의 들판에 세워진 야고보 교회’란 뜻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란 이름은 그런 연유로 생겨났다.
이후 844년 이베리아반도에 세력을 뻗친 이슬람교도들에 로마 가톨릭 세력이 대항하기 위하여 일어난 클라비호 전투에서 야고보가 에스파냐 군대 앞에 나타나는 기적을 일으켜 이슬람 군을 무찔렀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그에 대한 신심이 에스파냐를 중심으로 확산되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세계적인 순례지가 탄생하였다.
야고보는 회화에서 종종 말을 타고 한 손에는 순례자의 종을 들고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무어인을 무찌르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대표적인 상징물은 가리비 조가비다.
성당 앞을 떠나기 전 아쉬워서 돌아봤을 뿐인데, 생 자크 성당은 내게 빙긋이 미소 짓는 것 같다. 다시 찾아오란 계시일까 아니면 나 역시 성 야고보의 행적과도 같은 순례자의 길을 떠나라는 암시일까 혼란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