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 가는 길 75화
[대문 사진] 루앙 대성당 북쪽 스테인드글라스
남쪽 파사드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북쪽 파사드 꼭대기에 둥근 원의 형태로 마치 장미꽃잎을 펼쳐놓은 듯한 형상의 장미창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루앙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가운데 원형 그대로 현재까지 보존된 것은 이 유리창뿐이다.
북쪽 스테인드글라스는 1280년경에 제작되어 1973년 보수를 거쳐 그 아름다움을 완상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중앙에 예수가 앉아있고 그 주위로 여섯 개의 원 안에는 프랑스 왕실의 백합문양이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밖의 열여섯 개의 원 안에는 열 두 사도와 네 명의 복음사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바깥 원 32개에는 베드로와 바울, 열왕들, 순교자들, 주교들이 자리하고 있다.
기독교의 핵심은 복음을 전하는 데에 있다. 복음을 전하는 데 열악한 상황에서는 순교를 통해 그 빛을 발한다. 하느님의 말씀을 가장 낮은 단계에서 전하는 이가 주교다.
예수로부터 열두 사도와 사복음사가 그리고 열왕들과 순교자들을 거쳐 주교에 이르기까지 복음을 전하는 이들의 숭고한 역학관계를 장미창에 새긴 이유는 분명하다.
말씀의 핵심과 말씀을 전하는 계통의 수립, 그것이 북쪽 장미창에 새겨진 의미다. 그런데 이 유리창만이 전란의 불길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니 기적은 존재한다.
색유리창이라 일컫는 스테인드글라스 기술은 프랑스 샤르트르에서 절정에 달했다. 유리 기술은 원래 기원전 앗시리아에서 우연히 시작되었다. 그 우연하게 시작된 기술이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거쳐 프랑스로 흘러들어 고딕건축의 정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색유리창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여 21세기인 지금에도 예술의 한 장르가 되었다. 유리 제조 기술은 삼국시대 우리의 역사에도 등장하지만, 이른바 <인천유리>로 대변되는 한국 유리 기술은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다시 한국으로 이전된 서양 유리 제조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의 원천기술은 이미 역사 속에 소멸되어 버렸고 서양 유리 제조 기술이 유리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활자와 더불어 옻칠만큼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기술이다. 이는 대단한 능력이다. 프랑스 국토의 3분의 1에 불과한 면적에 그것도 인구 남북한 합하여 5천만밖에 안 되는 소수민족이 발명한 기술이 세계적으로 공인되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이 드러내놓고 자랑해도 좋을 일이다. 나 역시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서양과의 문화교류도 희박했던 한반도에서 그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될 일이다.
색유리창 기술을 체계적으로 전수시키기 위한 세계 최초의 전문학교가 들어선 것은 프랑스의 샤르트르란 도시에서다. 이 도시를 방문하기 위해 샤르트르를 찾아갔을 때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의 일을 떠올린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 앉아 차를 한 잔 주문하고는 실내를 둘러보는 중에 겨울이어서 그런지 손님 하나 없는 텅 빈 카페가 쓸쓸해 보였지만 구석구석에 놓여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에 눈길이 갔다.
커피를 뽑아다 준 주인장에게 대뜸 카페 이전에 혹시 그림을 그렸느냐고 물었더니, 주인장 왈, “그림요? 어떤 그림?”하고 되묻는 것이었다. 나는 “아니 실내에 그림도 있고 스테인드글라스도 있고 해서 물은 거요.”했더니, 주인장은 “그림 그렸지요. 그것도 그림이라면.”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맞죠? 그림 그린 거?”하고 다시 물었더니, 주인장이 하는 말이 “스테인드글라스 제조일을 했습니다. 그러니 그림을 안 그렸다고는 할 순 없죠.”하는 것이었다.
“어쩐지 카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그렇군요.”하고 말을 이어가자 주인장은 카페를 차린 지는 일 년밖에 안되었고 그전까지 계속 유리세공일을 했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말을 듣고 그의 손가락을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손가락이 유난히 굵어 보였다.
그에게 물었다. “혹시 유리 기술은 어디서 발명되었는지 아십니까?”했더니 그가 대답하기를 유리 기술은 정말 우연하게 발명된 것으로 아마도 시리아(앗시리아)에서였을 것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오늘날 내전으로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한 시리아가 유리 기술의 원조였다니 놀라운 일이다. 독재자가 민중을 억압하고 고문하고 잡아 죽이기를 밥 먹듯 하는 나라가 유리 기술을 처음으로 발명한 나라라니 생소하기까지 하다.
아직도 살아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고 있는 독재자는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유학한 프랑스 파였지만, 프랑스는 벌써 시리아의 독재자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소르본느 대학은 단테 같은 걸출한 이탈리아 국민작가를 배출한 유서 깊은 학문의 전당이긴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바샤르 알 아샤드 같은 독재자를 배출한 곳이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그런 독재자하고 동문이라니.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