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파리로

몽생미셸 가는 길 140화

by 오래된 타자기


강물의 흐름은 멈추는 법이 없다.
흐르는 물도 같은 물이 아니다.

- 일본 고사(古事)에서.



가끔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수첩에 담는 풍경이 얼마나 영원할까 생각해 본다. 영원한 것은 그 어느 것도 없다. 그러나 쉬지 않고 풍경을 수첩에 담는다. 이렇게 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다행히 그 가운데 59점이 또 한 권의 책에 오롯이 수록되었다.


수첩에 풍경을 담는 일은 무더운 날 카페에 앉아 마주 바라보이는 풍경을 수첩에 그리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유럽을 떠돌면서 마주한 애틋한 풍경을 잊지 않고 싶어서 시작한 짓이다. 그리면 그릴수록 풍경이 더욱 선명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항상 수첩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스케치를 했다. 물감까지 입힌 것은 그날의 기억 속에 자리한 마음으로 읽은 색채가 작용한 탓이다. 그렇듯 나는 그날의 색감까지도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때마다 항상 인물을 생략했다. 버릇처럼 오로지 풍경만을 담고자 고심했다. 풍경 속의 인물들조차 생략해 버린 조그만 그림들이 내게 의미를 더한 것은 풍경이야말로 진실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한 번 더 파리의 노트르담을 수첩에 담았다. 며칠 전 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본 풍경을 그리기 위해 나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펜과 잉크를 사용하기로 했다. 역시 인물을 생략할까 하다가 터치로 대신했다.


배에 탄 이들 모두는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을 터, 배는 성당 뒤편 상류 쪽으로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 뒤에 다시 하류 쪽으로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파리 마지막 다리인 미라보 다리를 지나 흘러 흘러 대서양으로 향할 것이다.


파리를 좌우로 나누며 흐르는 세느 강은 미라보 다리를 마지막으로 굽이치며 대서양으로 흘러간다.


물살은 잔잔하고 대형 유람선이 일으킨 흰 물보라만이 운하 같은 세느 강 수면 위를 장식할 것이지만, 마음속에 물보라가 이는 것은 인간 세상이 이렇게 평화롭지만은 않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것일 테다. 차라리 낭만주의의 화풍을 빌려 서사가 담긴 그림을 그렸다면 세상이 더 분명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옛 화가들은 교훈이나 비유 나아가 세상의 이면을 화폭에 담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것만을 화면에 담는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을 수첩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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