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57화
[대문 사진] 파르마 세례당 내부
초기 로마네스크 예술이 발아한 유럽 남부 지역은 이탈리아 북부, 프랑스 남부 그리고 카탈루냐 지방을 아우릅니다. 이들 지역에 들어선 교회 건축물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인 설계에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11세기 말부터 건물의 모든 공간을 모두 다 둥근 천장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조금씩 진전이 이루어졌음이 눈에 띕니다. 나아가 이전에는 망치로 대충 다듬은 작은 돌들을 쌓아가는 식이었으나, 앞으로는 규격화된 방식으로 잘 다듬어진 돌들을 공들여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건축물을 말입니다.
이탈리아 북쪽지역은 전적으로 초기 기독교 건축물의 기본 설계에 충실했습니다. 대표적인 건축물은 밀라노에 있는 성 암브로지오 교회입니다.
그러나 로마네스크 건축으로의 혁신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특별석을 도입하고 둥근 천장으로 지붕을 마감하기 시작했단 점입니다. 이러한 부분적인 변화는 파비아의 산미슐레 마지오레 성당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로마네스크 건축가들은 또한 건물의 외양을 좀 더 공을 들여 멋지게 완성하고자 고심했죠. 후진 위쪽에 자리 잡은 회랑들은 가느다란 작은 기둥들로 채워졌습니다. 이 가느다란 작은 기둥들은 회중석의 벽면에도 기다랗게 이어졌죠. 대표적인 교회가 1099년에 란프란코가 공사를 시작한 모데나 대성당입니다.
다음으로는 1122년에 공사가 이루어진 피아첸차 대성당입니다. 파사드는 두 개가 한 쌍을 이룬 우아한 아케이드가 일렬로 늘어서 있습니다. 1106년에 공사가 끝난 파르마 대성당과 1155년에 완공된 파비아의 산 미슐레 마지오레 성당도 아케이드 장식으로 파사드를 멋지게 꾸민 대표적인 교회 건축물에 해당합니다.
산 미슐레 성당(가운데 사진) 정면은 한 다발씩 묶은 작은 기둥들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뉘어 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삼각형의 합각머리 아래로는 아케이드식의 회랑 구조로 되어있어 교회 정문임을 한층 강조하고 있습니다. 각 부분에는 문이 나있고, 문 위로는 안구 모양의 창문이 두 개가 한 쌍을 이룬 채 여러 개가 설치되었죠.
이탈리아는 고대 건축의 전통에 충실한 중앙집중식 설계를 한 건축물들이 유난히 많은 곳입니다. 또한 대성당과 이웃하여 8 각형의 거대한 건축물인 세례당을 짓기도 했죠. 유난히 증가 추세를 보인 이러한 방식은 초기 기독교 전통에 입각한 것입니다. 아스티, 크레모나, 비엘라[1]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더불어 초기 로마네스크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기념비적인 종탑들이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1] 아스티(Asti), 비엘라(Biella)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역에 속한 마을들이며, 크레모나(Cremona) 역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지방에 위치해 있는 마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