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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Dec 28. 2021

아끼탠느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55화

[대문 사진] 꼬흠므 에클뤼즈 노트르담


11세기 말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아끼탠느(Aquitqine) 지역은 거대하고도 드넓은 영토를 자랑하는 곳이었습니다. 이 비옥한 땅은 루아르 강 연안으로부터 피레네 산맥에 이르렀죠. 남쪽 지방에서는 오크(Oc) 어로 말하고 북쪽 지방에서는 오일(Oïl) 어가 통용되는 로마네스크 시기에 대단히 풍부하고도 창조적인 활동이 이뤄지던 곳입니다.


오흐시발(Orcival) 성모 마리아 대성당, 프랑스.


이러한 창조적 능력은 건축물의 둥근 지붕 잇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시도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법들을 고안해낸 독창적인 건축술을 채택한 것에서 찾을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아끼탠느 만이 고유하게 사용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좀 더 공을 들여 건축물을 완성하려 했던 시골구석에까지 폭넓게 활용된 방식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지어진 건축물들 가운데 아직까지 두 채가 남아있어서 이 시기의 건축적 특징을 여실히 증거 해주고 있습니다. 그 두 개의 건축물이 바로 툴루즈의 생 세흐냉 교회와 꽁끄 마을의 생트 화 교회입니다.


꽁끄(Conques) 성녀 화(Foy)성당(사진 왼쪽)과 툴루즈(Toulouse) 생 세흐냉(Saint Sernin) 성당(사진 오른쪽) 뒷쪽에서 바라본 모습.


이들 교회들이 측랑 위쪽에 엄청난 크기의 특별석을 도입한 점은 의미롭기까지 합니다. 거대하고도 웅장하면서 화려한 트란셉트가 더해졌으며, 교회 후진에는 순환형 회랑을 갖췄고 회랑을 향해 열려있는 구조로 방사상 제단들을 덧붙였습니다. 교회의 내진은 지하교회 바로 위쪽에 들어섰죠. 이는 순례자들이 보다 용이하게 성골함에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프랑스 오베르뉴(Auvergne) 지방은 실로 교회의 지정학을 다시 정립해야 할 정도로 로마네스크 시기의 건축물들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교회들 대개가 화산암으로 지어졌는데, 이는 장식적 효과를 충분히 고려한 탓입니다. 화산암 특유의 다양한 빛깔은 건물 외벽에서 더욱 눈부시게 빛납니다.


건물 내부 중앙 회중석의 천장은 반원형 둥근 천장이지만 대들보 역할을 하는 기둥들이 지탱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공간 역시 버팀 기둥들 사이의 간격으로 분할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트란셉트는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하듯 직사각형의 육중한 몸체가 하늘을 향해 곧추서 있죠. 트란셉트 내부는 칸막이로 구분되어있는데 절묘한 실루엣을 드리우는 후진과 대조됩니다.


특이한 점은 정문 현관 위에 특별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정문 현관과 특별석이 서쪽 건물의 몸체를 육중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카롤링거 시대의 거대한 건축물(Westwerk)을 연상시키지는 않습니다.


왼쪽은 꼬흠므 에클뤼즈(Corme-Écluse)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며, 오른쪽은 프티 팔래 에 꼬흐낭(Petit Palais-et-Cornemps)의 베드로 성당입니다.


아끼탠느에는 아주 특이한 형태의 건축물이 등장했습니다. 그게 바로 도매시장과 같은 ‘커다란 홀(halles)’을 연상시키는 교회 건축물입니다. 중앙 회중석은 대들보 없이 원통형 천장을 하고 있고 천장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들은 허공을 향해 쭉 뻗어 올라가 아주 높은 곳에서 아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생 사뱅 쉬흐 갸흐탕프(Saint Savin sur Gartempe) 수도원 교회의 회중석.


수도원 교회만의 특징이라면 단연 대리석 기둥을 흉내내기 위하여 기둥에 장식 무늬를 그려 넣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인상적일 정도로 천장에까지 쭉 뻗어 올라간 기둥들은 천장을 이룬 아케이드를 떠받쳐주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교회이자 대형 홀과 유사한 건축물이 탄생했습니다.


측랑의 빗물받이 홈통이 설치된 벽 쪽으로 난 창들에 의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볕으로 말미암아 실내가 환합니다. 공사는 1030부터 1050년까지 이어졌습니다. 다른 교회 건축물들과는 다르게 회중석을 덮고 있는 반원형 통 형 천장에 그려진 로마네스크 천장화가 아직도 건재합니다. 천장화는 창세기와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주제로 한 프레스코 화입니다.


기둥들은 둥근 천장이 낙하하는 지점까지 최대한 뻗어있죠. 폭이 좁은 회중석의 양쪽 측랑들 역시 원통형 천장으로 덮여있습니다. 측랑들의 높이는 중앙 회중석과는 다르게 실질적으로 천장 높이와 같습니다.


이렇듯 프랑스 푸아투 지방의 지정학을 다시 정립해야할 정도로 탁월한 건축술을 보여주는 건축물들이 생 사뱅 쉬흐 갸흐탕프와 올네에 있습니다.


푸아티에의 생틸래흐 교회는 교회이자 대형 홀과 유사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골조로 덮인 천장은 건물을 지은 후에 다시 둥근 지붕을 이으려고 개축한 결과로 보입니다.


푸아투(Poitou) 지방에 위치한 올래(Aulnay) 성 베드로 성당.
대형 홀을 연상시키는 푸아티에(Poitier) 생틸레흐(Saint-Hilaire) 성당 회중석.


아끼탠느 만의 독특한 건축술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중석들만 원형의 천장들로 처리했다는 점입니다. 꺄오흐(Cahors) 대성당이 그러하며, 뻬히괴(Périgueux)와 르 퓌 앙 블래(Le Puy en Velay) 대성당 역시 같은 경우에 속합니다. 쑤이약(Souillac)의 수도원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 상단 왼쪽부터 차례대로 쑤이약 수도원 교회, 르 퓌 앙 블래 대성당, 뻬히괴 대성당, 까오흐 대성당 모습.


아끼탠느 지역의 건축가들은 타지방의 낯선 모델들을 그대로 복사하듯 건물을 짓는데 그리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매번 건물을 지을 때마다 나름의 해결방법을 모색해야만 했죠. 예를 들어 퓌(Puy) 대성당의 경우 중앙 회중석엔 트럼펫 형태의 원형 천장을 설치하고 측랑들은 교차 천장으로 배합한 것이 그 좋은 예일 것입니다.




프랑스 아끼탠느(Aquitaine) 지역은 남서부에 위치한 대서양과 피레네 산맥을 끼고 있는 풍요로운 지방으로써 일찍부터 로마네스크 예술이 꽃핀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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