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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Dec 26. 2021

앵글로-노르망디 로마네스크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54화

[대문 사진] 생 비고르 수도원 교회


만일 로마네스크 예술이 심미적인 것에 대한 무언가 부족한 면을 보충하고자 한 시도로 촉발된 새로운 탐색의 결과라 한다면, 더불어 한 지역에서만이 아나리 여러 다른 지역에서 증대되고 서로 교차를 이루기까지한 심미적 특성까지 보이고 있다면, 로마네스크 예술이 중심을 이룬 지역에 들어선 건축물들의 예술적 특징이 실질적으로 어느 것에 기원을 두고 있느냐 하는 관점에서 이들 건축물들을 서로 대조해보는 일 또한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흐시쓰 드 꼬몽이 고심하여 창안해 낸 유파의 개념에 비춰보건대, 이에 가장 합당한 지역이 앵글로-노르망디 지역일 것입니다.


노르망디와 영국은 1066년에 영국의 해럴드 국왕에 대항하여 노르망디 공작인 정복왕 기욤(영국에서는  윌리엄 1세라 부릅니다)이 일으킨 해스팅스 전투에서 노르망디 공국이 대승을 거둠으로써 정치적으로 한데 통합되었습니다. 이후로 노르망디 로마네스크 예술은 유럽 대륙에 이어진 커다란 섬으로 전파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왕국의 융성과 함께 왕자들의 문예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에 힘입어 로마네스크 예술이 펼쳐진 기간 내내 건축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다는 점도 특기할 만합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하리만큼 왕국 전역에 새로운 건축물들이 앞 다투어 들어섰습니다.


사진 왼쪽은 르쌔(Lessay)의 성 삼위일체 수도원 교회의 후진이고, 오른쪽 사진은 세리지 라 포레(Cerisy la Forêt)의 생 비고르 수도원 교회입니다. 프랑스.


이때 지어진 교회건축물들은 거대한 규모와는 다르게 대단히 검소하면서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조각장식에서 이 같은 특징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데, 장식은 눈에 띌 만큼 요란하지 않습니다.


영국의 엘리(Ely) 대성당은 열두 개의 트라베(버팀기둥들 사이의 간격)들로 이루어져 있죠. 노리치(Norwich) 대성당은 14개의 트라베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4개 이상이 내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엘리(Ely) 대성당 모습. 영국-노르망디 로마네스크 건축 기술로 지은 회중석이 돋보입니다.
영국의 노리치(Norwich) 대성당 역시 영국-노르망디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을 보여줍니다.


공간 분할은 높이와 버팀기둥들 사이의 간격으로 이루어졌으며, 보통 세 개의 건축적 구성을 보여줍니다. 그 첫째가 맨 아래층에 자리잡은 커다란 아케이드들이고 바로 위층에는 특별석이 들어섰으며, 맨 꼭대기 층에는 창문들이 나 있는 구조입니다.


건물 높이에 따라 대략 4개의 층으로 나누어지는데, 엘리 대성당에서는 트리포리움[1]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건축물들에게서 발견되는 또 다른 특징은 벽들 안쪽에 통행로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쥬미에쥬(Jumièges)의 노트르담 성당 남쪽 측랑의 유적.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1067년 완공된 쥬미에쥬(Jumièges) 노트르담 성당은 노르망디 공작이자 영국왕이었던 정복왕 기욤의 입회 하에 축성되었습니다. 수도원 성당은 전체 길이가 88미터에 이르고 회중석의 벽들 또한 길이가 15미터에 달합니다. 모듀 3층으로 된 건물은 커다란 아케이드들이 지상층인 1층에, 특별석은 2층에, 창문들은 3층 높이에 나 있습니다.


쥬미에쥬와 베흐네에서 길이가 한정되었던 트란셉트(좌, 우측 회랑)는 캉(Caen)에 세워진 생테티엔느(성 스테파노) 성당과 세리지 라 포레에 와서는 회중석에까지 확대됩니다. 좁은 통로들은 영국의 더럼(Durham)에서 보듯 무게를 줄인 벽들 안쪽 곳곳에 나있지만, 피터버러(Peterborough)에서는 기둥들에 의해 뚫린 곳까지 뻗어있습니다. 이처럼 벽의 무게를 줄이고 직립 상승 구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앵글로-노르망디 인들이 뒤늦게 둥근 천장을 채택함으로써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더럼(Durham) 대성당 역시 영국-노르망디 로마네스크 건축 기술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국의 피터버러(Peterborough) 대성당에서도 영국-노르망디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이 발견됩니다.


이들 교회 건축물들은 오랜 세월을 나무로 된 천장으로 덮여있었습니다. 피터버러(12세기말)에서 보듯 간혹 화려하게 채색되기도 했죠. 둥근 형태의 지붕으로 건물의 천장을 마감하는 기술을 채택하면서 천장이 버팀기둥들에게 내리누르는 힘을 분산시킬 수 있는 건축술 또한 개발되었기에 탄두 모양의 뾰족한 첨두형 교차(X자 형태의) 천장이 채택되기에 이른 것입니다.


더럼 대성당의 경우 이러한 첨두형 교차 천장으로 꼭대기를 마감했습니다. 완벽하게 로마네스크 건축 구조를 보여주는 성당은 1133년에 축성하였죠. 트란셉트가 교차하는 지점에 들어선 탑(타워)은 이러한 건축물들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입니다.


쥬미에쥬에서 보듯 경쾌하고 우아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간 탑은 트란셉트의 좁은 통로들과 연결되어있습니다. 마치 요새를 방불케 하는 튜크스베리(Tewkesbury)의 탑이 이 경우와 흡사합니다.


영국 튜크스베리 대성당 타워(사진 왼쪽)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완성한 쥬미에쥬 수도원 성당 정면 입구에 서있는 두 탑(사진 오른쪽)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조각 장식들은 상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는데, 마름모꼴이나 기와 모양으로 배열된 브이 자를 거꾸로 한 무늬(Λ), 또한 기둥에 길게 나있는 세로 홈 장식들이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 안이나 바깥 모두 두께나 크기, 쌓아 올린 배열 방식에 있어서 돌벽은 똑같은 형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아치들이나 창문 장식들 또한 아주 단순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 같은 앵글로-노르망디만의 독특한 특징을 보여주는 장식은 엘리 대성당의 벽들과 더럼 대성당의 내부 기둥들 장식에서 매우 폭넓게 활용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기이하게도 세인트 올번스(Saint Albans) 교회는 그림으로써 이러한 조각 장식을 위장하기도 했죠.


영국의 세인트올번스(Saint Albans) 교회에서 역시 영국-노르망디 로마네스크 건축 기술을 읽을 수 있습니다.




[1] 트리포리움(triforium)이란 중앙회중석 좌, 우측에 나있는 측랑 상부에 위치한 좁고 긴 통로를 가리킵니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 위치한 쥬미에쥬(Jumièges)는 프랑스에서 제일 아름다운 수도원 폐사지로 이름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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