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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Jan 15. 2022

성지(聖地)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64화

[대문 사진] 예루살렘 성녀 안나 성당


1099년에 예루살렘을 탈환한 뒤, 서방 세계는 동방에 라틴제국을 건설합니다. 이때부터 동방의 라틴국가들은 로마네스크 시기를 관통하게 되죠. 동방의 라틴국가들은 풍요로운 사회에 걸맞은 예술을 도입하고자 시도했습니다. 라틴국가들은 그들이 점령한 땅을 재창조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연유로 성지에 도입된 로마네스크 예술은 완벽하게 서구적인 것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비잔틴 예술과 이슬람 문화를 수용했던 시칠리아나 에스파냐와는 판이하게 다른 경우입니다. 십자군에 의한 상징적인 건축물 또한 생겨났는데, 예루살렘에 세워진 예수의 무덤을 상징하는 성묘(聖廟) 성당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진 가운데 두 개의 둥근 지붕(돔)을 한 건물이 예수의 무덤을 상징하는 성묘(聖廟) 성당입니다.
예루살렘 <성묘 성당> 내부 둥근 원형 천장 모습.


콘스탄티누스(337년 사망) 대제는 골고다 언덕에 동, 서 양방향으로 복합적인 기능을 띤 건축물을 지었습니다. 예수의 무덤이 있는 동굴 위쪽에 세워진 이 기념비적인 건축물은 지붕과 몸체가 원형 구조를 한 예수부활교회(Anastasis)였습니다. 골고다 언덕 바위산 주위에는 안뜰이 조성되고 십자군에 의해 예수가 짊어졌던 십자가가 발견된 지점엔 순교자교회(바실리카) 또한 들어섰습니다.


1009년에 칼리프 알 하킴이 파괴한 예수부활교회와 안뜰은 1042부터 1048년에 걸쳐 비잔틴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9세에 의해 다시 복원됩니다. 그러나 순교자교회는 여전히 파괴된 채로 남아있었습니다. 십자군은 세 군데의 성소를 한 채의 건물로 통합시켰죠. 이 새로 지어진 교회는 세 갈래로 나뉜 회중석과 함께 동쪽에는 후진을 설치했는데, 후진에는 방사상 제단들을 거느린 반원형 회랑에다가 예수부활교회와 똑같은 형태의 원형 천장을 덧씌웠습니다.


동쪽의 주 후진과 대칭을 이루는 부 후진이 서쪽에 들어섰습니다. 예수부활교회의 상층부 갤러리와 같은 높이에는 특별석도 마련했습니다. 갤러리는 특별석과 아래층 측랑들과 순환형 회랑을 연결해주는 구조였습니다.


좌우 날개 격인 회랑들(트란셉트)과 회중석이 교차하는 지점엔 펜던트형 아치 위로 원통형의 채광탑이 육중한 몸체로 들어앉았고, 정 중앙은 왕관을 씌운 듯 원형 천장으로 마감했습니다.


새로 지어진 교회는 1149년 7월 15일에 축성되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스타일의 원형 구조의 건물 몸체와 지붕을 제외한다면 기본 설계는 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한 도상에서 만나는 성골함 제식을 위해 지은 교회들과 거의 닮은꼴입니다. 이 새로 건설된 교회 입구에 해당하는 이중문은 바실리카 양식으로 지어진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난 이중문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예루살렘 <성녀 안나 성당>


전통에 따라 성녀 안나 성당은 성모 마리아의 부모인 안나와 요아킴이 살던 집에 들어섰습니다. 1140년 십자군에 의해 완성되었죠. 건물 외벽의 라인들에 의해 건축물은 한층 산뜻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구조상으로 상당히 절제된 듯한 느낌마저 불러일으킵니다.


예루살렘의 성녀 안나 성당은 서양의 로마네스크 교회들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교차 천장 구조를 한 세 개의 회중석들과 함께 불쑥 솟아오른 형태의 트란셉트와 교회 뒷부분에 자리 잡은 후진 양측 측면에 설치한 두 개의 소후진들로 구성되었죠.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는 천장 구조는 원을 4 등분한 둥근 천장입니다. 좌, 우측 회랑들과 회중석이 교차하는 지점엔 달걀 모양의 원형 천장이 펜던트형 아치들 위에 설치되었습니다. 이런 형태는 아끼탠느(프랑스) 건축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축 구조입니다.


예루살렘 <성녀 안나 교회> 지하교회인 크립트와 내진.


성지에 자리 잡은 또 다른 로마네스크 교회들은 지블레의 세례자 요한 대성당과 토르토사의 성모 마리아 성당 그리고 아미운의 성 포카스 교회라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서로 유사한 설계에 입각해서 지어졌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아미운의 성 포카스 성당>(레바논), <토르토사의 성모 마리아 성당>(시리아), <세례자 요한 성당>(이스라엘).


시토회 건축 예술 또한 동방에 정착했습니다. 벨몽 수도원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수도원은 오늘날 발라망 대학 부설 교회로 바뀌었습니다. 트리폴리[1] 인근에 위치해있습니다.

  

레바논 트리폴리 인근에 위치한 발라망 수도원.




[1] 트리폴리(Tripoli)는 베이루트 북쪽에 위치한 레바논의 항구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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