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61화
[대문 사진] 소리아 몬투엔가 성채
이베리아 반도에서 로마네스크 예술 또한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카탈루냐는 유럽 남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치를 이용한 건축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지역입니다. 이는 이탈리아 북부의 로마네스크 건축과 자연 연결됩니다.
이와는 다른 이베리아 반도의 지역들은 따라서 반도 남쪽에 자리 잡은 이슬람 왕국을 향해 점차 세력을 넓혀가는 기독교 왕국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실상 뒤늦게 고토를 회복한 타구스 강 남쪽 지역은 로마네스크 예술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바에자의 거룩한 십자가 성당에서 보듯 오히려 옛것을 모방하려는 고풍스러운 취미인 의고주의에 젖어있었습니다.
북부 에스파냐 왕국에 로마네스크 예술이 꽃피워진 시기는 나바라의 국왕 산체스 3세(1000-1035)가 집권한 시기인 11세기 초반에 해당합니다. 나바라 지역에서처럼 아라곤 지역에 등장한 교회 건축물들 역시 초기 로마네스크 건축에 입각한 카탈루냐의 건축 공사장에서 익힌 건축술로 지은 것들이 대부분이죠.
로다 데 이사베나(Roda de Isábena) 대성당이 그러하며, 오바라(Obarra)의 수도원이 그에 해당하고 산타 마리아 데 알라온(Santa Maria de Alaón) 성당, 페나(Peña)와 레이레(Leyre)의 산 후안(성 요한) 성당이 또한 그와 같은 경우에 속합니다.
이어서 1054년과 1063년에 걸쳐 놀라운 건축물들인 레온의 산이시도로 성당과 프로미스타 대성당과 자카 대성당이 세워졌습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을 전적으로 도입한 시기는 카스티야의 국왕이자 레온의 국왕이었던 알폰소 6세(1072-1109) 치하에서 입니다. 이 시기에 프랑스인들이 안전하게 오가던 확고부동한 길인 카미노 프랑세(Camino francés)가 건설되기에 이르렀죠. 게다가 이 길은 푸엔타 라 레나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성직자들, 수도사들, 장인들, 상인들과 같은 많은 프랑스 인들이 이 길을 따라 몰려들었죠. 그들은 프랑스 건축과 미술을 이베리아 반도에 전파한 주역들입니다.
특히 아끼탠느의 로마네스크 예술이 반도 구석구석에 전파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로마네스크 이전의 시기에 해당하는 서고트, 아스투리아스, 모사라베 예술 또한 유산으로 물려받았죠. 산티아고 데콤포스텔라로 향한 길에서 만나는 건축물들은 그렇듯 온 유럽 전역에 확산된 건축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활짝 개화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산티아고 데콤포스텔라 대성당은 오우렌세와 루고 및 뚜이 그리고 코임브라 대성당에 영향을 끼칩니다. 팜플로나 대성당 역시 프랑스 주교에 의해 완성된 건축물이죠.
아빌라의 산 비센테 성당의 서쪽 정면 부분에는 두 개의 탑을 둘러싼 거대한 정문 현관이 들어섰습니다. 이 정문 현관은 프랑스의 부르고뉴 지방에 지어진 교회 건축물의 정문을 연상시킵니다. 반면 지하 교회 위층에 올라선 후진은 아끼탠느 지역에 들어선 교회들의 멋진 후진들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살라망카의 옛 대성당(카테드랄) 원형 천장 바깥 위쪽으로는 뾰족한 형태로 꼭대기 탑들과 박공들이 들어섰으며, 종탑은 프랑스 리모쥬 지역의 종탑들을 연상시킵니다.
카탈루냐 지방은 이웃한 이슬람 세계의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없으리만치 확실한 영향관계에 놓여있었죠. 특히 건축 세부장식에 있어서는 절대적이었습니다. 이후에 동방에 기원을 둔 세부장식은 무데하르(Mudéjar) 양식을 탄생시키는 주요한 바탕이 되었습니다.
역시 카탈루냐 지방에서 발견되는 교회 정문에서 안쪽으로 이어지는 기둥만 있고 벽이 없는 기다란 주랑(柱廊)들은 세고비아에서 보듯 모사라베 교회 건축물들에게서 증명된 이 지역만의 전통적인 건축술이 물려준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이러한 주랑 구조를 한 교회 건축물이 에스칼라다의 산 미구엘 성당이죠.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일 뿐만 아니라, 남쪽으로 등을 돌린 세풀베다나 고르마즈, 또는 레볼레도 델라 토레 성당들은 공동체 모임을 위한 회의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베리아 반도는 또한 회중석과 좌우 회랑이 십자형으로 교차하는 지점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원형 천장을 설치했는데, 침보리오(cimborio)라 부르는 이 원형 천장을 유난히 좋아했던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이 펜던트 형 원형 천장 아래 창문들이 겹겹이 줄지어 들어섰습니다. 창문을 장식하고 있는 첨두 형 아치로 볼 때 이 부분은 고딕 양식에 따라 지어진 것이 아닐까 짐작되기도 합니다. 가장 큰 침보리오 원형 천장이 설치된 곳은 살라망카 대성당입니다.
시토회 건축 예술 또한 이베리아 반도에 아름답게 안착했습니다. 비단 카탈루냐만이 아니라 라 올리바에까지 퍼져나갔죠. 후에르타의 산타 마리아 성당이나 거대한 규모의 알꼬바사 수도원에서 시토회 건축의 진면목을 확인해 볼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