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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Jan 12. 2022

이탈리아 반도와 시칠리아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63화

[대문 사진] 피사의 사탑, 이탈리아


역설적이게도 이탈리아 반도에 속한 알프스 산기슭과 포(Pô) 평원 지역은  일찍부터 로마네스크 예술이 개화하지 않았던 곳입니다. 로마마저도 로마네스크와는 전혀 무관한 곳이었음은 마찬가지입니다. 코스메딘 산타 마리아 성당의 로마네스크 건축이라 할 수 있는 종탑들과 코스메딘 스타일의 대리석 장식들을 제외하고는 로마네스크 건축의 특징을 보여주는 어떠한 건축물들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11세기에 완공된 코스메딘(Cosmedin)의 산타 마리아 성당.


실상 로마는 초기 기독교 건축 양식인 바실리카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토스카나 지방은 문호를 활짝 열고 이탈리아 북부 포 평원에서 펼쳐진 중기 로마네스크 예술을 전적으로 받아들였죠.


12세기에 토스카나 지방의 도시들은 상업 활동으로 풍요로워졌으며, 고대 건축의 고귀한 전통을 따르면서 건축물들을 호화로운 대리석으로 뒤덮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역의 건축가들이 지은 건축물들 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그 특징이 드러나 있으며, 탁월한 건축술 또한 가장 잘 표현된 건축물을 예로 든다면, 단연 피사의 대성당(카테드랄)과 두 채의 부속건물, 세례당과 우아한 종탑 그리고 저 너무도 유명한 기울어져가는 탑일 것입니다.


피사(Pisa)의 피아짜 델 두오모(Piazza del Duomo)에서 바라본 전경.


피사 대성당은 1125년에 완공하였습니다. 저 유명한 기울어져가는 종탑은 1173년에 공사가 시작되었죠. 중앙집중식 설계에 따른 세례당은 1153년에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피사의 대성당은 그 풍부함만 아니라면 특이하게도 어떤 건축 양식에 기댄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대성당은 거대한 트란셉트를 갖춘 기존의 바실리카 양식이란 점만큼은 분명합니다. 회중석과 트란셉트가 교차하는 지점에 원형 천장을 올려놓았죠. 이와 함께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것은 외벽을 장식한 대리석입니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안쪽 벽이 막힌 장식용 아케이드들과 기둥들에 의해 3층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내부 역시 3층입니다. 꼭대기 지붕은 꽃들이나 기하학적 모티프를 동원한 장식들로 덧씌워져 훨씬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파사드는 3개의 문이 나있으며 문을 장식하고 있는 반원형 아케이드들은 안쪽으로 이어져 실내를 향하게끔 설계되었습니다. 위쪽에 폭이 좁고 길이가 축소된 아케이드들에 의해 형성된 갤러리들이 삼각형의 합각머리 지점까지 네 줄로 긴 띠를 두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바깥에 설치된 갤러리들은 세례당과 종탑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만일 눈부신 우아함이라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를 설명하는 가장 합당한 표현일 것입니다.


파르마와 모데나는 정치하고도 세련된 형태로 이를 절정에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피사의 건축 모델은 토스카나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죠. 루까를 비롯하여 특히 피스토이아와 아레쪼가 이를 본떠 두오모(원형 천장 지붕)를 완성하였습니다.


모데나(Modena) 성당(사진 왼쪽)과 파르마(Parma) 대성당(사진 오른쪽) 모습.


왼쪽부터 차례대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세워진 피스토이아(Pistoia), 루까(Lucca), 아래쪼(Arezzo) 두오모(대성당)입니다.


피렌체는 이 같은 장식적 요소 이외에도 산 미니아토 알 몬테 성당에서 보듯 흰 대리석과 초록 대리석을 번갈아 사용함으로써 다색 배합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피렌체 인근의 피에졸레 언덕 마을에 세워진 바디아 성당의 파사드나 두오모와 연결된 세례당 정면 역시 이처럼 다색의 대리석으로 장식되었습니다.


피렌체의 산 미니아토 알 몬테(San Miniato al Monte) 성당 정면 부분(파사드).


피렌체 특유의 로마네스크 예술을 보여주는 정면 부분은 1070년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카라라에서 생산된 흰 대리석과 프라토에서 옮겨온 초록색 대리석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나간 것이 절묘합니다.


피렌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피에졸레에 들어선 바디아 성당(Badia Fiesolana) 정면 부분.


이와는 대조적으로 산탄티모 수도원은 부르고뉴 타입의 프랑스 교회 후진 설계를 채택하였습니다. 반면 스폴레토와 토디 대성당은 롬바르디아 로마네스크 건축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 위치한 몬탈치노(Montalcino)에 들어선 산탄티모(Sant'Antimo) 수도원 후진 모습.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방에 들어선 스폴레토(Spoleto) 대성당(사진 왼쪽)과 오르비에토(Orvieto)의 토디(Todi) 대성당(사진 오른쪽) 모습.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와 사르데냐 섬들에서 로마네스크 예술이 영향을 끼친 흔적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두 개의 섬 지역은 더할 나위 없는 그들만의 고유한 건축 양식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는데, 노르망디 인들의 출현과 1072년의 노르망디 인들에 의한 팔레르모 정복이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바리의 산 니콜라 순례자 교회는 특별석을 갖춘 바실리카 양식으로 지어졌죠.


이탈리아 바리(Bari)에 들어선 산 니콜라 대성당(Basilica di San Nicola) 모습.


베노사나 아베르사는 방사상의 제단들이 들어선 프랑스식 순환형 회랑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베르사(Aversa) 대성당(사진 왼쪽)과 베노사(Venosa) 성 안드레아 대성당(사진 오른쪽) 모습.


이탈리아 로세레타의 성당 내진은 프랑스 베흐네의 노르망디식 내진으로부터 영향받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지금은 폐허로 변한 이탈리아 로세레타(Roccelletta) 교회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프랑스의 베흐네(Bernay) 성모 마리아 성당의 내진과 유사한 형태를 보여줍니다.


이슬람 양식을 차용한 교차형 아치 장식은 아말피 대성당의 <천국의 안뜰 정원>과 가에타 두오모(대성당)의 종탑을 수놓고 있습니다.


가에타(Gaeta) 대성당 종탑(사진 왼쪽)과 아말피(Amalfi) 대성당 경내에 해당하는 <천국의 안뜰>(오른쪽 사진) 모습.


카노사 디 푸글리아 대성당 회중석은 비잔틴 양식에 영향받은 둥근 원형 천장들로 덮여있죠.


카노사 디 푸글리아(Canosa di Puglia) 대성당과 회중석 모습.


여러 형태의 건축 요소들을 절충한 양식은 시칠리아에서 분명해집니다. 노르망디인들이었던 국왕의 권위를 찬양하는 투의 종교 예술을 과시하는 듯하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건축 요소들을 한데 응집시키려 했던 특유의 건축술이 엿보입니다. 체팔루의 주교좌성당(카테드랄)은 동·서양의 영향 관계에 놓인 건축 예술의 교차로였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칠리아 체팔루(Cefalù) 대성당 모습.


반면에 팔레르모의 왕실 성당과 몬레알레 대성당은 노르망디 국왕들에 의해 견인되었던 로마네스크 예술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시칠리아 섬에 위치한 몬레알레(Monreale) 대성당 안뜰의 아케이드는 1175-1189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아케이드는 꺾인 형태의 아치들이 서로 쌍을 이룬 가느다란 기둥들 위에 자리 잡았습니다. 기둥들 표면에 새겨진 문양은 번갈아 가면서 모자이크 쪽매붙임 장식에 의한 것임을 보여줍니다. 가냘픈 기둥머리 장식은 꽃 장식 모티프에서 취해지기도 하고, 성서에 등장하는 장면들이나 세속적 풍경들이 뒤섞여있습니다.




알프스에서 시칠리아 섬에 이르는 이탈리아는 르네상스 이전에 로마네스크 예술이 활짝 꽃 피어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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