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다의 경계에 자리한 섬

몽생미셸 가는 길 2화

by 오래된 타자기


네 번째 지도를 펼쳐듭니다. 몽생미셸 주변을 세밀하게 기록한 지도입니다. 수없이 오간 실낱같은 길들 하며 마을들이 지도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몽생미셸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마을들을 거쳐 가야 하지만, 인근의 가장 큰 도시는 아브랑슈(Avranches)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아브랑슈 주교였던 오베르에게 성미카엘 천사장이 꿈속에 나타나 바닷가 바위섬에 교회를 세우라 했다던가? 그렇게 전해집니다. 그때가 10세기였으니, 이후로 아브랑슈는 이 지역에서 제일 오래되고 인구수도 제일 많은 유서 깊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지도상에는 꾸에농 강을 사이에 두고 노르망디와 브르타뉴가 경계를 이룬 가운데 아슬아슬하게 경계 상에 자리 잡은 퐁토르송 마을도 보입니다. 아브랑슈 인근의 퐁토보와 함께 몽생미셸에 이르는 길목에 자리한 마을 퐁토르송은 예로부터 도보순례자들이 수없이 거쳐 간 마을입니다.


꾸에농 강 왼편으로는 드넓게 펼쳐진 간척지가 자리하고 개펄과 다른 이 땅은 지도상에 레 폴데르(Les Polder)라 불리고 있습니다. 그너머로는 ‘공작부인 안느의 방파제’가 시작되면서 성녀 안나 교회로부터 깡깔(Cancale)까지 해안선이 쭉 이어져있습니다. 깡깔은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굴(석화)의 최대 산지이기도 하죠.


어느 날 깡깔 마을 뒤쪽 언덕 ‘(파도의) 넘실거림’이란 흥미로운 뜻을 지닌 라울(La Houle) 언덕에서 망연히 바다를 바라보다가 몽생미셸을 발견하곤 갑자기 들뜬 마음이던 때를 회상합니다. 라울 언덕에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조차 방금 지나온 몽생미셸이 전혀 새롭게 느껴지던 순간을 지도 한 장이 떠올려준 셈입니다.


지도의 하단부에는 프랑스 최초의 왕조였던 메로빙거 왕조시대에 제작된 석관이 발견된 폴드 브르타뉴란 마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득한 시대의 석관이라니, 이 지방에 돌이 많이 나긴 나는 모양입니다. 하긴 바다에도 돌섬들이 널려있고 몽생미셸 역시 바위섬이니 단단한 화강암을 파내어 시신을 봉안하는 기술이 이미 오랜 옛적부터 시작될 수 있었으리라 짐작됩니다.


마을 위쪽으론 돌산(Mont Dol)이 위치해 있고 마을 아래쪽으로는 ‘수심에 잠긴 뜨락(Champs Dolent)’에 선돌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거석 역시 태곳적부터 인류가 살던 곳이었음을 입증해 줍니다. 돌산에는 풍차도 자리하고 바다 쪽에서 항상 미풍이 불어와 시원한 높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도상에는 아주 특이한 지명이 하나 있습니다. 퐁토르송에서 몽생미셸로 향하는 도중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마을 보부아(Beauvoir)[1]에서 세르방 마을에 이르는 드넓은 지역을 타니(Tanis)라 명명하고 있는데, 원래 타니는 고대 이집트 나일 강 삼각주의 한 지역을 가리키는 지명입니다.


그런데 왜 이 지명을 차용했을까요? 고개만 갸웃거려집니다. 아마도 몽생미셸 바위섬 꼭대기에 세워진 수도원 교회가 이집트의 피라미드 형상 이어서이지 않을까 짐작될 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도상에는 처음 제가 그토록 설레는 맘으로 찾아간 그랑빌(Granville)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노르망디와 브르타뉴의 경계상에 위치한 몽생미셸 인근의 지역을 보여주는 지도이긴 하나, 지도 위쪽에 자리 잡은 바다에 그랑빌은 묻혀버렸습니다. 반대쪽 깡깔 너머에 자리한 아름다운 화강암의 도시 생말로(Saint Malo)가 묻혔듯이, 지도상에는 두 도시가 사라진 채로 오직 두 도시를 향한 길들 만이 아스라이 흔적처럼 남아있습니다.


IMG_0303.JPG 몽생미셸 수도원 꼮대기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1] 보부아란 마을 이름은 ‘아름답게 바라보다’ 또는 ‘아름다움을 바라보다’란 뜻을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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