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백의 커플 매칭은 간단하다. 뇌파 흐름, 신체 특성, CCTV와 인터넷 접속기록 등을 통한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개개인의 성향과 취향을 도출하고 과거 데이터 비교를 통해 결혼 확률이 높고 이혼 확률이 최저인 커플을 상대방에게 소개해주는 것이다. 멀티백의 커플 매칭 시스템은 국가의 최고 보안 영역으로서 최초 구축된 이후 인간의 개입을 불허하고 있는 유일한 영역이다. 멀티백의 매칭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커플이 추천되면 6개월간 2명의 감정, 신체, 행동 패턴 등을 실시간으로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오류가 없다고 판단되면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상대방의 연락처가 뜨게 된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추천을 받게 되는데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부모에게도 동시에 연락이 간다. 서로 연락하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므로 과거에는 연락하는 비율이 70% 정도 되었으나 점차 멀티백의 매칭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본인 사망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연락을 한다. 멀티백이 연애를 하기 어려운 개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것까지 고려하여 추천 대상에서 제외하므로 커플 성사율은 더욱 높아진다.
멀티백을 통해 연인을 추천받은 사람들은 보통 일주일 이내에 편한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은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 같은 신비감을 느끼게 된다. 간혹 서로 알던 사이인 경우에도 추천이 뜨는데 그런 경우는 열이면 열 서로 연정을 품고 있었으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과거에는 결혼 상대를 구하기 전 많은 사람을 만난다고 해봤자 이삼십명을 넘기기 어려웠으므로 제한적 상황에서 결혼결정을 해야 했고 많은 사람이 잘못된 결정으로 이혼 위기를 맞고는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비합리적인 결정인가? 사람들은 멀티백 커플 매칭 시스템이 없는 연애와 결혼은 비합리적 결정이고 사회적 위험요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멀티백은 유부남, 유부녀에게는 커플 추천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중 한 명에게 간혹 커플 추천을 하는 경우가 있다. 기존 연인에 비해 이혼 확률이 10%p 이상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이다. 이 원칙에 대해 초기에는 반발이 있었으나 전국가적으로 이혼율을 낮추는 방편 중 하나이므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긍하게 되었다. 연애를 하고있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추천된 경우에는 당연히 더 궁합이 좋고 매력적인 사람이 소개되는 것이므로 연인이 바뀌게 되는 경우가 90% 이상이 된다.
과거에는 이렇게 상대방을 차버리고 애인을 바꾸는 것을 나쁘게 보았으나 요즘은 국가 시책에 동참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지니 새로운 사람으로 갈아타는 데 심리적 걸림돌마저 없어져 버렸다. 물론 버림 받게 되는 상대방에게는 괴로운 일이지만 연애중인 연인들에게 새로운 사람이 추천되는 일은 간혹 소문으로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드문 일이므로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임도훈씨에게는 무려 다섯번이나 일어났다. 첫번째 사건은 고등학교때였다. 그는 고3때 처음 멀티백의 추천을 받았다. 다른 친구들은 보통 고2때 첫 추천을 받기 때문에 1년간은 다소 우울감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고3 여름 동갑 여학생을 소개 받았을 때 그 우울감을 모두 상쇄할 만한 황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임도훈씨가 간혹 길에서 마주치는 옆 고등학교의 학생이었는데 너무도 여신 같은 외모에 빠져 남몰래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멀티백이 저 여학생을 추천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였으나 그것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믿었던 적은 없었다. 그만큼 그녀의 외모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추천이 오자마자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그 학교 정문으로 뛰어갔고 그 둘은 어린 나이지만 운명같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될 때쯤 그녀에게 또 다른 남자의 추천이 왔다. 임도훈씨와 같은 학교의 얼짱으로 유명한 친구였다. 그녀는 그와의 이별에 다소 흔들렸으나 정부 시책에 순응하는 모범시민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면서 그를 떠나갔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어도 이런 상실감이 들었을까?그는 죽을 것만 같은 마음에 길가의 가로수를 발로 차고 화분을 엎어 버렸다. 아마 그러지 않았으면 그녀에게 추천된 얼짱 친구를 찾아가 심하게 때렸을 것이다. 화분이 엎어지자 마자 어디선가 예비교정국 직원이 나타나 그를 자신의 차로 데려갔다. 그것이 그의 첫번째 예비교정교육이었다.
멀티백의 두 번째 추천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세 번째는 대학교 4학년, 네 번째는 스물 일곱 살 때, 다섯 번째는 서른 두살 때였다. 만나는 여자마다 모두 여신 같았고 운명 같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어김없이 6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그 여자들에게 멀티백의 또 다른 추천이 오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한번 올까 말까 한 불행이 어떻게 다섯 번이나 올 수가 있었을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임도훈씨는 상대방을 죽도록 두드려 패는 대신에 주변의 무언가를 부셨고 그때마다 ‘예비교정교육’을 받았다. 예비교정국 사람들은 강한 암시에도 불구하고 매번 분노지수가 경신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였다. 그는 다섯 번째 예비교정교육을 받던 날 다시는 멀티백의 추천이 있어도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3편에서 계속)